매매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오피스텔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만리재로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김범준 기자
매매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오피스텔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만리재로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김범준 기자
‘평균 1398 대 1, 최대 5761 대 1.’

최근 오피스텔 청약 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로또급’ 경쟁률이 잇따르고 있다. 오피스텔 시장이 이렇게 뜨거운 적이 없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아파트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바닥난방 규제까지 12일부터 풀리면 과열 양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청약과 매매 모두 과열

전매제한 없고 바닥난방까지 확대…2030, 오피스텔 '패닉바잉'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경기와 인천의 오피스텔 거래량은 각각 1만6110건, 6537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한 달반가량이 남은 상황에서 연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방에서도 강원(673건), 울산(536건), 세종(350건), 전북(211건) 등 6곳의 오피스텔 매매량이 역대 연간 최대치를 넘어섰다. 서울(1만5631건)도 연간 매매량이 가장 많았던 2008년(1만5964건)을 올해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오피스텔 청약시장 열기가 매매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 청약을 접수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은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1398 대 1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역대 오피스텔 경쟁률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 3일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 AK 푸르지오’ 오피스텔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96실 모집에 12만5919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1312 대 1을 기록했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면적을 갖춘 ‘주거용 오피스텔’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오피스텔은 담보인정비율(LTV)이 70∼90%까지 인정된다. 반면 아파트는 LTV가 투기과열지구에선 40%(조정대상지역 50%)로 제한되고 15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고분양가 등 부작용 우려

12일부터 오피스텔 바닥난방 기준 등이 추가로 완화되면 중대형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시장이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오피스텔 바닥난방과 관련해 정부는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바닥난방이 전면 허용됐지만 2004년 6월 이후 바닥난방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전세난이 심해지자 2006년 말 전용면적 50㎡ 이하, 2009년 1월부터는 6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허용했고 2009년 8월에는 85㎡까지 허용 대상을 확대했다. 12년 만에 이 기준이 다시 120㎡까지 추가로 완화된 것이다.

아파트 공급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건축도 쉽고 자투리땅을 활용할 수 있는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아파트 공급이 꽉 막힌 상황에서 오피스텔 규제가 추가로 완화되면서 난개발과 공급과잉, 고분양가 등에 따른 피해 등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은 분양가가 15억~22억원으로 인근 아파트 분양가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대형 오피스텔에 바닥난방이 허용되면 사실상 그냥 비싼 아파트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아파트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는 방안으로도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오피스텔은 기존 용적률이 높고 감가상각도 많이 되기 때문에 향후 하락장에서 아파트보다 가격 방어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