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 3.Organ On A Chip] 작은 칩 안에 구현된 인간 장기 ‘오간온어칩’
제약산업은 그동안 약물 발견을 위한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꾸준히 연구, 개발, 모색해왔다. 하지만 현재의 시험관 내 세포 배양이나 생체 내 동물실험 플랫폼은 임상시험 전 약물 효능과 독성에 대한 효율적이면서 충분히 정확한 전임상 평가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페트리 접시(petri dish) 세포 배양이 약물 스크리닝 및 테스트를 위해 간단하면서도 처리량이 큰 방법이긴 하지만, 이런 세포 모델은 일반적으로 생체 내 조직 구조 및 생리적 기능에 대한 모사가 부족하다.

따라서 생체 모방 인간 병태생리학을 가진 대체조직 모델 개발은 약물 개발 파이프라인에서 동물 연구와 인간을 포함하는 임상시험 사이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급하고도 절실한 과제다.

인간 장기를 담은 작은 칩, ‘오간온어칩ʼ
‘랩온어칩(lab-on-a-chip)ʼ은 생화학적 검출 및 물질 합성 등과 같은, 실험실에서 일반적으로 수행되는 작업을 단일 칩에 통합해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소형 장치다.

랩온어칩 기술은 미세유체공학(Microfluidics)의 발전과 함께 고분자 칩을 생산하는 소프트 리소그래피(soft lithography) 제조 방법으로 많은 연구소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고도로 병렬화된 마이크로 화학반응기, 신속한 DNA·RNA 증폭 검출 기술과 마이크로 토털 분석 시스템(μTAS) 등장까지 확장돼 개발되고 있다.

특히 세포생물학 분야에서 단일 세포 내 수준 연구부터 세포 조직체, 즉 장기 기능의 모사에 이르기까지 세포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미세공학 세포배양 플랫폼 기술인 ‘오간온어칩(장기칩·organ-on-a-chip)ʼ은 여러 질병을 모델링하고 약물을 평가하는 새로운 대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머리카락 크기의 3차원 채널 내에서 인간 장기의 생리와 기능을 모방하는 미세 생리학적 시스템으로도 알려진 오간온어칩 기술의 최근 발전은 동물실험을 대체해 약물 개발과 개인 정밀의학, 맞춤의학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over Story - part 3.Organ On A Chip] 작은 칩 안에 구현된 인간 장기 ‘오간온어칩’
오간온어칩은 장기의 주요 세포 구조와 기능, 3D 세포외기질(ECM), 생화학적 요인 및 생 물학적 신호를 작은 규모의 칩 공간에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모방해 보다 효과적인 질병 모델링 및 약물 스크리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세포 배양 및 생물학적 분석을 위한 미세 유체 장치의 적용으로 시작해 수십 년간 발전해온 랩온어칩 기술과 3차원 세포배양 기술이 지속적으로 통합됨으로써 확장됐다.
오간온어칩은 이처럼 랩온어칩이 갖는 모든 이점을 기반으로 지난 10여 년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의학·생물학·약리학 분야에서 효과적이고 정확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기술로 도약하고 있다.
약물 개발 단계별 오간온어칩의 활용 용도. 
약물 개발 전반에 오간온어칩이 활용될 수 있다. 초록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현재 활용되고 있거나, 단시간
내에 활용될 분야이며, 푸른색 부분은 향후 장기적으
로 활용가능한, 혹은 활용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약물 개발 단계별 오간온어칩의 활용 용도. 약물 개발 전반에 오간온어칩이 활용될 수 있다. 초록 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현재 활용되고 있거나, 단시간 내에 활용될 분야이며, 푸른색 부분은 향후 장기적으 로 활용가능한, 혹은 활용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여러 장기칩 더한 ‘휴먼온어칩ʼ 플랫폼 개발
오간온어칩 연구자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험관 내 생화학적·약리학적 분석을 위해 제어 가능한 유기형 세포배양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여기엔 다양한 미세유체 장치가 적용됐다.

2010년 국제학술지에 출판된 ‘렁온어칩(lung-on-a-chip)ʼ 모델은 생물학과 공학 커뮤니티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오간온어칩 분야의 탄생을 알렸다. 렁온어칩의 미세유체 채널에서 다공성 막의 양면에 있는 폐포와 모세혈관 세포를 공동 배양함으로써 연구자들은 폐포-모세혈관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호흡 메커니즘과 환경적 영향을 연구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코로나 19와 같은 다양한 폐 또는 기타 호흡기 질환의 기저에 있는 병리학적 메커니즘을 해독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는다. 그 이후로 간 칩, 신장 칩, 췌장 칩, 심장 칩, 내장 칩과 같은 수많은 단일 장기칩이 개발돼 왔으며 최근 중추신경계 약물 개발을 위한 뇌 혈관장벽(BBB) 칩도 소개가 됐다.

이런 단일 장기칩 분석은 중요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식별하고 전임상 개발 단계에서 표적 장기의 약물 효율성과 독성을 테스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게 해준다.

불어 단일 장기칩을 연결해 다중 장기칩 모델을 개발하고 약물 흡수를 위한 내장, 약물 대사를 위한 간, 약물 제거를 위한 신장과 같은 여러 장기를 통합해 보다 포괄적인 구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발전은 향후 ‘휴먼온어칩(humanon-a-chip)ʼ 플랫폼 개발을 기대하게 하며, 약물 개발 시 동물모델을 대체하는 모델 시스템으로 고려되고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제약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미국 바이오 기업 헤스페로스의 ‘휴먼온어칩’. 간 대사, 심장의 기계적 순환 및 전기신호, 뉴런의 전기 신호, 골격근의 기계적 변화를 하나의 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미국 바이오 기업 헤스페로스의 ‘휴먼온어칩’. 간 대사, 심장의 기계적 순환 및 전기신호, 뉴런의 전기 신호, 골격근의 기계적 변화를 하나의 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 중심의 기술 개발 필요해…
수요 늘면 신약 개발 과정의 주요 단계로 자리 잡을 수 있어
오간온어칩 제품 시장은 이처럼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수요 예측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존 체외 실험을 위한 좋은 모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초기 약물 발견 단계에서 병리학적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제약회사는 약물 후보의 신속한 스크리닝을 위해 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세포배양 기술의 어려움을 겪는 초기 신약 개발 회사는 약물 스크리닝을 위해 표준화된 시스템 또는 맞춤형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오간온어칩 스타트업은 전임상 단계에서 약물 PK/PD 및 독성 연구에 대한 높은 수요 때문에 표준 간 및 암 칩을 제공하고 있다.

최신 오간온어칩 장치는 최종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된 솔루션을 보장하면서 제품의 업그레이드 및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해외 주요 기업인 미국의 에뮬레이트는 수년간 약 1500억 원의 투자금으로 개발한 장기칩,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애플 리케이션으로 구성된 보다 통합된 솔루션으로 고도로 표준화된 장기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MSD, 다케다 등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력해 산업 환경에서 다양한 제품의 유효성 검증을 수행하고 있다. 유럽의 미메타스 역시 약 400억 원의 투자금을 통해 즉시 배양 가능한 칩 플랫폼을 개발했고, 혈관화 장벽 조직을 구축하고 제약사들과 협업을 통하여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내 기업인 멥스젠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대량생산된 장기칩과 교육 및 유지 관리, 연구 서비스에 이르는 풀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을 마치고 양산에 들어간 3차원 장기칩 플랫폼인 ‘MEPS-TBC’와 이에 기반한 뇌혈관장벽 모델인 ‘MEPS-BBB’의 판매와 연구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술기관, 산업 R&D 부서 및 의료기관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 표준화 및 신뢰성, 사용자 사용 편의성, 비용 효율성 등에 대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또 MEPS-BBB를 기반으로 신경혈관 단위가 구현된 ‘MEPS-NVU(Neuro-Vascular Unit)’, 알츠하이머병 모델을 제공하는 ‘MEPSADM(Alzheimer’s Disease Model)’ 등의 세포배양 상태 3차원 배양 플랫폼을 바로 사용 가능한(ready-to-use) 상태로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MEPS-VOC(Vascularized Organoid Chip)’의 대량생산성 확보를 통해 3차원의 혈관과 종양 스피어로이드 (spheroid)의 구조 및 기능을 모사하고 암 표적치료제 개발 및 새로운 약물반응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혈관 종양 미세환경 모델(MEPS-TME)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에는 공동설립자인 로버트 랭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와 함께 멥스젠의 미국 및 유럽 제약사와의 협력 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오간온어칩 분야가 발전하려면
오간온어칩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 미국은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 국방부 등 정부기관에서 약물에 사용하기 위한 오간온어칩 기술의 개발, 표준화 및 상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 혁신연구 및 중소기업 기술이전 프로그램을 통해 종자 기금을 제공한다.

유럽에서도 2017년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의 공개 프로젝트(ORCHIDiii)가 설립됐으며 이후 학계, 연구, 산업 및 규제기관 간 협업 네트 워크를 촉진하기 위해 ‘유럽 장기칩 학회(EUROoCSiv)’가 설립됐다. 중국과학아카데미는 2018년 5개년 계획인 ‘장기 재건 및 제조’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오간온어칩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의료 및 연구 시스템이 학술기관, 관련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저자 소개>
[Cover Story - part 3.Organ On A Chip] 작은 칩 안에 구현된 인간 장기 ‘오간온어칩’
김용태
멥스젠 대표이자 미국 조지아텍 기계공학·생명공학·의공학과 교수이고 생체모방 나노기술, 나노물질 생산기술, 인간 장기 모사 칩 기술 전문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선정한 새로운 혁신 연구자상(Directorʼs New Innovator Award), 미국과학기술재단(NSF)으로부터 연구자상(CAREER Award), 미국심장협회(AHA)로부터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인간 장기칩 기술로 약물전달물질을 효과적으로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