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미국·유럽 공장 짓고 바이오 기업 M&A 노릴 것"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를 겨냥해 미국과 유럽 현지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끌어가는 ‘본토’에 직접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공장을 세워 고객사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물론 국내 CMO 산업이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사진)은 2일(현지시간) 미국 의약품 전문매체 피어스파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그린필드 투자와 인수합병(M&A)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그린필드 투자는 생산시설이나 법인을 현지에 직접 세우는 형태를 의미한다. 림 사장이 이처럼 투자 대상 지역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투자를) 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며 “적절한 투자 시점은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해외 진출이 현실화하면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우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밀착이다. 이들의 연구개발(R&D) 거점은 주로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쟁하는 론자, 베링거인겔하임의 CMO 설비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 포진해 있는 이유다. 론자만 해도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라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트리온 등은 아직 해외에 생산설비가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완전 가동을 목표로 25만6000L 규모 4공장을 짓고 있고, 5·6공장 추가 건설 계획도 밝혔지만 지역이 모두 인천 송도다. 전체 생산능력으로 따지면 론자와 베링거인겔하임을 압도하는 규모지만, 투자 지역이 국내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유럽에 생산설비를 갖출 경우 명실상부 글로벌 CMO 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림 사장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바이오의약품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봤다. ‘게임 체인저’라는 것이다. 그 변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림 사장은 “수십 년 전 단일클론항체가 그랬던 것처럼 mRNA도 같은 방식으로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 생산 측면에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상반기 의약품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목표로 3공장에 mRNA 원액 설비를 들여놓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