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큰 그림' 보고 명성·실력 갖춘 中신이와 손잡았죠"
골치 아픈 숙제는 지난여름 내내 박철원 고바이오랩 대표(사진)의 머리를 짓눌렀다.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몸 속에 있는 세균·곰팡이 등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제) 후보물질을 사고 싶다는 중국 기업들 가운데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는 기술수출료를 많이 쳐주겠다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A사와 제시한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명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B사. 박 대표의 선택은 B사였다. 당장 들어오는 현금보다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을 함께 그려나갈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맞는 게 훨씬 더 값지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바이오랩은 지난달 28일 신이와 손을 맞잡았다.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 후보물질 2종을 1253억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기술수출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1일 만난 박 대표는 신이를 선택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박 대표는 “신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3조원에 4만7000여 명의 인력을 거느린 중국 2위 제약사인 상하이제약그룹의 핵심 자회사”라며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대형 제약사와 손잡으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시행착오가 최소화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신이가 보여준 임상에 대한 확고한 의지였다. 고바이오랩은 임상 1상을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곧바로 임상 2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신이가 최종 계약을 맺기도 전에 중국 보건당국과 임상 계획을 사전 조율한 덕분에 앞서 진행한 호주 임상 1상 데이터를 인정받았다”며 “신이가 현재 균주 생산이 가능한 5000L 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하는 등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인 것도 한 팀이 되는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작년과 올해가 ‘메신저 리보핵산(mRNA)의 해’였다면 2022년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이끄는 한 해가 될 걸로 내다봤다.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내년 말 나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주인공은 미국 세레스테라퓨틱스의 감염성 장염 치료제.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을 끝내고 식품의약국(FDA)과 관련 자료 제출을 협의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고바이오랩도 머지않은 시기에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보유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자신했다. 박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건선과 궤양성 대장염 임상 2상 결과는 내년 말께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천식으로도 임상 2상에 도전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