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에 결함이 있는 항공기를 운항해 6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진에어가 과징금 취소 2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제1-2행정부는 29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 내린 과징금 60억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제재가 정당하다”던 1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진에어는 2017년 9월 인천~괌을 왕복하는 항공기를 운항했다. 괌에 도착한 직후 해당 항공기의 좌측 엔진에 연기가 나는 결함이 발견됐다. 진에어는 정비인력을 투입했고, 5시간의 탑승 지연 끝에 승객 276명을 태우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엔진의 연기는 계속됐다. 국토부는 2018년 7월 “진에어가 항공기 결함이 있는데도 이를 은폐하고 운행했다”며 과징금 60억원을 부과했다. 항공당국이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진에어는 “괌에서 결함을 제대로 수리한 뒤 출발했다”며 “인천공항에서 발견된 엔진 결함은 별개의 것”이라며 과징금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돌이킬 수 없는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며 국토부 제재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60억원이라는 금액은 당국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라며 결과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과징금을 기준 금액보다 가중하기 위해서는 위반 내용이 중대하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한다”며 “항공안전법은 대형 항공기 사고의 위험성을 고려해 과징금 기준을 산정했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가중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과징금 처분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2014~2021년 항공사의 운항 전후 점검이나 정비절차 미준수 등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총 54건인데, 49건은 과징금이 10억원 미만이었다. 재판부는 “10억원을 초과하는 5건 가운데서도 이 사건의 과징금이 이례적으로 크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