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핵융합 기업들에 기록적 수준의 민간 투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핵융합 에너지가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영국원자력청과 핵융합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 핵융합 기업 35개사 가운데 18개사가 총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의 민간 자금을 조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간 투자금의 85%는 4개 기업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코먼웰스퓨전시스템스와 TAE테크놀로지스, 영국 토카막에너지, 캐나다 제너럴퓨전 등이다. 제너럴퓨전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지원을 받고 있는 회사로 영국에 대규모 핵융합 실험소를 세울 계획이다.

이번 영국원자력청과 핵융합산업협회의 조사에 응한 핵융합 기업 23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최근 5년 새 설립된 기업이다. 핵융합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신호라고 FT는 분석했다.

핵융합이 에너지를 발생하는 원리는 핵분열과 정반대다.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높은 온도와 압력 속에서 무거운 원자핵으로 융합할 때 줄어든 질량이 에너지로 방출되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의 핵분열 기술과 달리 방사능 노출 위험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FT는 “핵융합은 핵분열보다 더 안전하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찬성론자들은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을 상용화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핵융합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투입되는 에너지가 더 많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핵융합 에너지 회의론자들은 핵융합 기술의 상업화는 수십 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핵융합 기술 개발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상용화 가능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앤드루 홀랜드 핵융합산업협회장은 “핵융합 기업들은 2030년대에 핵융합 발전을 상업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