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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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학현학파'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대란을 불러왔다고 정면 비판했다. 전·월세를 밀어 올린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을 손질하는 동시에 주택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동산 정책 공약을 놓고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29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발전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부동산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진보 경제학자들의 분석이 이어졌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발전학회는 변형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제자인 진보 경제학자들의 모임이다. 변 명예이사장의 아호를 따서 ‘학현학파’로 부른다.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이 주축이다.

진보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8월 도입된 임대차 3법을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꼽았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대학원장도 "작년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월세 상승과 전세매물이 감소했다"며 "매물 잠김으로 주택을 매수하려는 20~30대 급증했고 이들 가운데 소득 상위 계층만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임대차 3법 개정과 적용대상 재검토로 계약 기간 연장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도 "주택 전·월세 가격은 임대차 3법 개정 시점인 2020년 하반기에 큰 폭으로 오른 이후 상승 추세가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9년 -2%를 기록한 전셋값 상승률은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7%, 4.4% 상승했다. 그는 현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에 대해서도 "다주택자의 보유세율 등을 인상하면서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다"며 "세금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기 위해 월세를 높이는 유인으로도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주택공급 감소도 집값을 밀어 올리는 변수로 작용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6000가구로 2018~2020년 2분기 평균 물량인 9만1000가구를 큰 폭 밑돌았다. 송 부장은 "입주 물량이 장기평균적으로 10% 불어나면 주택매매가격과 전셋값이 각각 0.7%, 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택시장 안정은 주택공급이 실제 준공물량으로 실현되는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양도소득세도 낮춰야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상영 원장"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출구전략으로 양도소득세와 거래세 인하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며 평가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거래세, 상속증여세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웃돈다"며 "자산가격 안정을 위해 OECD 평균을 밑도는 부동산 보유세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거래세를 낮추는 정책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기계적 정부의 총량 규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계대출 증대의 원인인 빚에 의존한 주택투자를 바로잡는 것으로부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량 규제가 실수요까지 틀어막는 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며 "허망한 집착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조세정책과 금융정책을 남발했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동시에 관행이나 거래 관습을 무시해 국민 반발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동산 정책 공약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주택 100만호 공급 등 이 후보의 공약은 비현실적이고 부지와 예산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치를 1%로 잡은 것도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