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빠르게 치솟는 시장금리를 제어하기 위해 나섰다. 다음달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발행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채권시장 수급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다. 시장 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국채) 금리가 연 2%대를 돌파하면서 자산시장이 움츠러들고 가계·자영업자 이자비용 부담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다음달 국채·통안증권 발행 줄여

기획재정부는 28일 안도걸 2차관 주재로 제8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를 열고 다음달 국채 발행 예정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 안 차관은 "최근 변동폭성이 과도한 단기물을 중심으로 발행물량을 과감하게 축소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긴급 바이백(매입을 통한 조기상환)을 시행하거나 한은과의 정책 공조로 국채시장 안정에 선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도 다음달 통안증권 발행액을 이달보다 2조4000억원 줄이고 중도환매(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통안증권을 되사주는 것) 규모는 1조원 늘리기로 했다. 이 계획에 따라 한은은 다음달 통안증권 발행규모는 6조6000억원, 중도환매 규모는 5조원으로 설정했다. 통화안정증권은 한은이 시중 유동성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단기 채권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안증권 발행량 축소 등으로 채권시장에 3조4000억원가량의 투자 여력이 확충될 것"이라면서 "투자 심리가 좋아지고 금리 변동성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의 조치에 시장도 반응했다. 이날 오전 연 2.1%대도 넘어서며 급등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오전중에 0.039%포인트 오른 2.083%에 거래됐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0.097%포인트 오른 연 2.044%에 장을 마쳤다. 국채 금리가 연 2%를 돌파한 것은 2018년 10월 24일(연 2.007%) 이후 처음이다.

확장적 재정정책, 구축효과 부르나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는 배경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확장적 재정정책이다. 일각에서는 치솟는 시장금리에 대응해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한은이 다음달과 내년 1월에 한 차례씩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내년 1분기 이후에도 한두 차례 금리를 올려 내년 말 기준금리를 연 1.5~1.75%까지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색채가 짙어진 것은 고공행진하는 소비자물가와 맞물린다. 한은은 27일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4%)와 내년(3%)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웃도는 등 거시경제 여건이 좋아진 것도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 씀씀이가 불어나는 것도 금리를 밀어 올렸다. 확장재정을 예고한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8.3% 늘린 604조4000원으로 편성했다.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며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고, 민간의 소비·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이른바 ‘구축 효과’ 우려도 커졌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선을 앞두고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데다 대선 결과에 따라 더 확장적 재정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내년 기준금리가 연 1.75%까지 인상될 가능성도 반영하면 3년물 국채 금리는 연 2.3% 수준으로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익환/강진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