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는 ‘문학청년’이었다. 그의 회고록에는 어린 시절부터 농업에 종사하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간 일화들이 적지 않게 나온다. 언양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해인 1935년 신 창업주는 춘원 이광수의 장편소설 《이순신》을 접했다. 신문에 연재된 소설을 그의 큰아버지가 직접 하나하나 오려 모아 종이에 붙인 세상의 하나뿐인 책이었다.

신 창업주는 “그 소설책을 집으로 가져와 읽는 동안 정신없이 소설 속으로 빠져들었다”며 “소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고 훗날 독립 이후 전국 초등학교에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비용을 기부한 것도 이때의 감동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이광수, 염상섭, 김유정 등의 소설을 탐독했다. 일본어를 잘 모를 때였음에도 아쿠타가와 문학상과 나오키 문학상 수상작들을 찾아 읽었다. 그는 “문학이라는 그 단어 하나에 가슴이 뛰었고 어느새 소설가의 꿈이 자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롯데라는 그룹명을 탄생시킨 것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다. 일본에 건너간 뒤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브랜드 이름을 고민하던 그는 문득 책꽂이에서 이 소설을 꺼내들었다. “책을 빼들자 표지에 그려진 샤롯데의 얼굴이 다가왔다. 롯데. 샤롯데에서 ‘샤’를 빼고 불러봤더니 입에 착 달라붙었다. 날이 새자마자 인쇄소로 달려가 ‘롯데’ 라벨을 주문했다.” 지금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광장에 괴테 동상이 세워져 있는 이유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