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욱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아뎀 파타푸티언 교수의 연구실에서 약 3년간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이후에도 꾸준히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파타푸티언 교수의 주요 연구로 꼽히는 TRPV3, TRPA1을 발견한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이 외에도 7편의 논문을 함께 발표했다. 다음은 황 교수와의 일문일답.

[2021 노벨 생리의학상] 황선욱 고려대 의대 교수 “원인을 알지 못했던 질환들에 돌파구를 제공한 연구”
Q. 파타푸티언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 중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나.

200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TRPV3의 기능에 대한 연구 논문을 꼽고 싶다. 아플 정도로 뜨거운 온도를 감지하는 TRPV1과 달리, TRPV3는 33℃의 따뜻한 온도를 감지한다. 감각신경보다는 피부 케라틴 세포에 많이 분포해 있다. TRPV1은 캡사이신이라는 화학물질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여러 실험을 할 수 있었지만, TRPV3는 그럴 만한 화학물질이 없는 상태였다.

2005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TRPV3를 자극할 수 있는 ‘캠퍼’라는 물질을 최초로 찾아 보고했다. 캠퍼를 찾음으로써 그간 실험이 어려워 신약 개발 표적에서 제외됐던 TRPV3는 단숨에 유력한 후보가 됐다. 향후 진통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제어물질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연구다.

Q. 줄리어스 교수팀과의 경쟁이 뜨거웠을 당시, 파타푸티언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었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었는데, 당시 파타푸티언 교수는 TRPM8, TRPA1을 연속 발견하면서, 차가운 온도 수용체 연구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었다. 그래서 연구원들이 시원하다는 뜻과 멋지다는 중의적인 의미로 파타푸티언 교수를 ‘닥터 쿨(Dr.Cool)’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별명과는 반대로 연구실의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2000년 전후가 감각 수용체 연구의 속도전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연구실에 항상 긴장감이 돌았던 기억이 난다. 다른 경쟁 연구실보다 단 며칠이라도 앞서 논문을 게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2004년 1월 7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확한 날짜도 기억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데이비드 줄리어스 교수팀에서 TRPA1을 활성화시키는 화학물질을 <네이처>에 게재한 날이다. 당시 우리 연구실에서도 다른 화학물질을 가지고 비슷한 연구를 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좌절감에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다들 금세 정신을 차리고 경쟁 그룹보다 약간 늦어졌지만 질적으로 더 우수한 논문을 게재하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당시 본인을 포함한 주요 저자 3명이 한 달가량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험에 매달렸고, 같은 해 3월 <뉴런>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다.

Q. 파타푸티언 교수의 주요 성과로 꼽히는 압력(기계적 자극) 감지 수용체는 연구적으로 어떤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하나.

감각 연구에서 꿰어야 할 마지막 단추인 기계적 자극 수용체를 규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오감으로 불리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자극에 따라 재분류를 하면 시(빛자극), 후미(화학적 자극), 청(기계적 자극), 촉(기계적 자극, 온도 자극, 화학적 자극)이다.

이 중 시, 후미, 온도 자극, 화학적 자극에 의한 촉각은 비교적 잘 규명이 돼 있다. 남은 것 청각과 기계적 자극에 의한 촉각이다. 피에조 수용체의 발견은 그중 후자를 규명한 연구다.

기계적 자극에 의한 촉각 연구가 상대적으로 늦었던 이유는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선 실제 환경에서 나타나는 자극을 모사하는 나노~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장비를 고안해야 한다. 또 장비로 정교하게 세포 하나 하나를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실험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기술집약도, 노동집약도가 높은 연구 분야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