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14일 서울 송파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14일 서울 송파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초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모든 국민의 염원이 된 ‘노(no) 마스크’의 전제조건에 대해 방역당국이 처음 입을 열었다. 백신 접종률이 85%에 이르면 마스크 없이, 집합금지 없이, 영업제한 없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 대비 백신 1차 접종률이 78.3%인 만큼 이들이 2차 접종까지 끝내고, 청소년과 성인 미접종자가 추가로 접종을 마치는 연말께 85%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접종 완료율이 83%에 달하는 싱가포르에서 매일 2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접종 완료율 85%=노 마스크’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에 불과할 뿐”이란 비판을 내놓고 있다.

노 마스크 가능할까

연말께 접종률 85%…"마스크·집합금지 없이 코로나 통제"
노 마스크 얘기를 꺼내든 사람은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이다.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2003년 사스(국립보건원 방역과장)와 2009년 신종플루(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 2015년 메르스(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등 감염병이 터질 때마다 현장을 지킨 정부 내 최고 방역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14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완료율이 85%가 되면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유행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이나 집합 금지, 영업 제한 없이 이겨낼 수 있는 이론적 토대가 마련된다”고 했다.

권 부본부장은 그 이유를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감염자 한 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 수)로 설명했다. 이 지수가 2라면 코로나19 확진자 한 명이 2명을 전염시킨다는 의미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키려면 이 지수를 1 밑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권 부본부장은 “중국 우한에서 나온 ‘오리지널 코로나19’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는 2.7이고, 델타 변이는 5.0에 이른다”며 “5.0을 이기려면 접종 완료율이 85%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 사람이 델타 변이에 걸리면 5명을 감염시키는데, 예방접종률이 80%가 되면 이 중 4명에게 전파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돌파감염 등을 감안해 전체 인구의 85%가 접종하면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1 이하로 떨어지면서 코로나19가 차츰 사그라든다는 설명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접종률이 85%를 넘으면 강력한 통제 효과가 발휘돼 방역 조치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해외 분석 사례(독일 코호연구소)도 있다”며 “다만 이는 이론적인 모델일 뿐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연말께 85% 근접할 듯

의료계에서는 연말께 국내 백신 접종률이 85%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1차 접종자는 4018만 명(접종률 78.3%)이다. 사실상 접종 완료율 78%는 확보된 상태다.

나머지 7%(약 350만 명)는 성인 미접종자와 청소년, 임신부가 채워야 한다. 이 중 청소년(16~17세) 예약률은 51.9%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성인 미접종자(8.9%)와 임신부(0.5%)는 낮은 편이다. 의료계에선 ‘백신 패스’ 도입 등으로 성인 미접종자(530만 명)와 임신부(27만 명) 접종률이 높아지고, 12~17세(277만 명)의 상당수가 맞으면 연말께 85%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5~11세도 접종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접종 완료율 80% 이상을 달성한 해외 상황은 엇갈린다. 포르투갈은 연초 1만 명이 넘던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 이하로 떨어지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반면 접종 완료율이 83%에 달하는 싱가포르는 방역 완화 이후 매일 2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자 다시 방역 고삐를 죄는 걸로 방향을 틀었다.

전문가들 “마스크 벗기 어려울 것”

의료계 일각에서는 권 부본부장의 노 마스크 언급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 설명은 전 국민의 30~40%가량이 감염을 통해 자연면역을 얻은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이 비율이 1.5%도 안 되는 한국에선 쉽게 집단면역을 이루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돌파감염을 감안할 때 100% 접종해도 집단면역이 형성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도 “‘접종 완료율 85%=노 마스크’는 델타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 상황에선 맞지 않는 전제”라며 “델타 변이가 화이자 예방률을 절반 가까이 떨어뜨리고 있는 만큼 접종 완료율 85%를 달성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차단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