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관심 더 기울이면 '접근을 통한 변화'가 작동할 수 있어"
"독일 이민법 제정, 이민자에 기초단체 선거권 부여 이번이 기회"

독일 연방의회에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입성한 이예원 연방 하원의원은 "한반도 평화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첫 한국계 이예원 연방의원 "한반도 평화에 EU역할 키워야"
그는 최근 베를린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여러 국가가 참가하는데 EU는 이해관계가 없고 군축을 어떻게 하는지 알기 때문에 관심을 더 기울이면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말한 '접근을 통한 변화(Wandel durch Annaehrung)'가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접근을 통한 변화는 1969년부터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추진한 동방정책의 핵심이다.

독일은 이후 20년 동안 동서독 간 지속적인 교류 협력 과정을 거쳐 통일을 이룬 바 있다.

이 의원은 "앞으로 한독의원협회에 참여해 한반도 평화 문제에 가능한 한 더 많은 주의를 유도하고, 알려 나가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달 26일 치러진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에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시 1지역구에 사회민주당(SPD) 후보에 도전했다가 23.8%를 득표해 모두 현역 의원인 녹색당(30.2%)과 기독민주당(25.6%) 후보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사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일으킨 놀라운 돌풍 덕택에 주 정당명부를 통해 연방의회의 일원이 됐다.

사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25.7%를 득표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난봄에만 해도 13%에 그쳤던 사민당의 지지율은 반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독일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1인2표제다.

지역구에서 최다득표자 1인을 선출하며, 16개 주별 정당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

이에 따라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주별 정당명부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는 경우가 있다.

독일 첫 한국계 이예원 연방의원 "한반도 평화에 EU역할 키워야"
이 의원은 "녹색당과 기민당 후보는 현역의원이었는데 저만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역구에 도전했다"며 "모두가 걱정한 게 외국인으로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였는데, 이만큼 호응이 있었으니 앞으로 4년간 열심히 하면 승산이 있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총선 다음날인 27일 299개 선거구의 개표가 끝난 뒤 정당명부를 통한 당선이 확정되자 그는 바로 짐을 싸서 기차를 타고 베를린에 도착했다.

이후 28일 사민당 원내교섭단체 회의에 참석해 다른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신임 연방의원 입문 교육에 참석했다.

이 의원은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쉴 틈이 없었다"면서 "앞으로 베를린과 아헨에 사무실을 꾸리고, 기차를 타고 오가며 의정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이번에 입성한 연방하원은 구성이 젊어지고 다양해졌다.

하지만 독일 사회 전체의 구성을 반영하기까지는 아직 거리가 한참이다.

이번에 당선된 연방하원 의원 735명 중 11.3%인 83명은 이민자 출신이다.

이 의원이 소속된 사민당 의원 중에는 17%다.

지난 연방하원의 8.3%보단 비율이 늘었다.

하지만 독일 인구의 26.7%가 자신이나 부모 중 적어도 1명이 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임을 고려하면, 사회를 반영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아시아계 이민자 출신은 전 연방하원을 통틀어 이 의원 혼자다.

독일 첫 한국계 이예원 연방의원 "한반도 평화에 EU역할 키워야"
이 의원은 "첫 사민당 원내 회의에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초선 의원들이 자기소개를 했는데, 대부분이 40세 이하였고 난민 출신을 포함해 이민자 2세가 많았다"면서 "이민자 출신 의원들이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부모가 너무 자랑스러워한다고 얘기하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출마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사람들에게 연락과 응원을 많이 받았다"면서 "선거 포스터를 보고 독일 내 아시아인 사진이 이렇게 크게 붙어있다니 너무 감동했다고 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고맙고 감동적이면서도 부담되는 게 지금까지도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법 제정과 기초자치단체 선거권을 이민자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새로운 초선의원들의 개인적 경험이 있고,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이 기회"라면서 "인구구조가 고령화하는 상황에서 독일은 이민과 국적 부여에 대한 일관된 규정이 없어서 힘들고 복잡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부모는 1986년 한국에서 독일로 건너왔다.

아버지는 독일 최대 공대인 RWTH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 은퇴했고, 어머니는 간호사다.

그는 1987년 아헨에서 태어나 유치원과 초·중·고교와 대학을 나온 '외허린(Oecherin·아헨여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