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승 포트래이 대표가 5일 서울 중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간 전사체 분석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대승 포트래이 대표가 5일 서울 중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간 전사체 분석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병에 걸린 사람의 건강을 확인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세포 조직 분석이다. 보통 조직 덩어리를 잘게 절편으로 만들어 염색해 나온 색으로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여러 부위가 섞여 분석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당 조직의 A 부위와 B 부위 상태가 다르지만 분석 결과는 A와 B의 평균값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반 바이오 스타트업 포트래이는 AI를 활용해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대승 포트래이 대표는 5일 “‘공간 전사체’라는 기술에 AI를 적용해 조직과 세포 분석 수준을 높였다”며 “국내에서 이런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포트래이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공간 전사체 기술을 조직 검사의 개선책으로 보고 있다. 조직 내 세포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기술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메소드’가 ‘올해의 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포트래이는 AI를 활용해 공간 전사체의 결과물을 분석한다. 이 대표는 “공간 전사체의 수많은 데이터, 기존 방식의 조직 검사 결과 등을 AI가 학습해 분석 결과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포트래이는 지난 7월 설립 때부터 국내 의료계와 스타트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의대 출신 4명이 창업한 AI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 대표는 안과 전문의다. 임상의학 석사와 경영학석사(MBA) 학위도 취득했고, 스타트업계에서 머신러닝 관련 상품을 개발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최홍윤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 의학 자문을 맡고 있는 나권중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와 임형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등도 서울대 의대 동문이다.

AI 기술을 공부한 최 교수가 나 교수와 진행한 작은 프로젝트가 포트래이의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폐암 관련 영상으로 유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을 찾다가 새로운 돌파구로 공간 전사체를 접하게 됐다. 이들은 공간 전사체 기술이 의료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스타트업계 경험이 있는 이 대표와 창업에 나섰다.

포트래이는 창업 초기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8월 세계 최대 유전체 연구 기관인 영국 생어 연구소가 포트래이에 공간 전사체 연구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포트래이는 기술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새한창투 등으로부터 8억원을 ‘시드머니’(종잣돈)로 투자받았다.

포트래이는 신약 개발에 공간 전사체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금도 약물이 신체에 어떻게 전달되고 효과가 생기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공간 전사체 기술을 이용하면 약물 성능 분석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암, 뇌졸중 등 각종 난치병 진단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명 ‘바이오마커’(몸 안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를 파악하는 데도 AI 기반 공간 전사체 기술이 탁월하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포트래이는 올해 다른 바이오업체와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세포치료제·나노의약품 전문 바이오기업인 테라베스트와 신약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테라베스트는 포트래이 기술을 이용해 면역세포치료제를 만들 계획이다. 이 대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포트래이 기술 적용이 필수 단계로 자리 잡도록 해 신약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