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원 신한카드 부부장 / 사진=신한카드
문주원 신한카드 부부장 / 사진=신한카드
“책에서 보는 마케팅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문주원 신한카드 부부장은 “카드업계 상황이 마케팅 교과서로 설명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신용카드의 경쟁자는 현금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수많은 페이(pay)들이 등장해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부부장은 2002년 광고회사 AE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4년 지금의 카카오인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하다 2010년 신한카드로 옮겼다.

브랜드기획팀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활용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다.

Q: 카드업계 상황은

A: 고객들이 지갑을 꺼내지 않고도 각종 페이(pay)로 아주 쉽게 결제할 수 있다. 그래서 신용카드들간 고객 지갑 속에서의 점유율(wallet share) 경쟁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카드업계는 브랜드 로열티라는 용어가 가장 먼저 사라지는 업계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이용률이 높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더 이상 마케팅 교과서의 마케팅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제품의 생애주기가 비교적 분명했고 고객 반응은 사후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SNS가 급속히 발달하면서 고객들이 더 이상 정보를 받기만 하지 않는다.

기업이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고객은 금새 알아차린다. 까딱 잘못하면 고객을 한 발짝이 아니라 열 발짝 뒤에서 쫓아가게 된다.

Q: ‘을지로 프로젝트’가 유명한데

A: 4년 전에 본사가 을지로 3가로 이전했다. 을지로가 핫플레이스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진짜 을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알려보자는 취지로 을지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구청과 함께 회사 비용을 들여 환경개선에 나섰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초기에 가장 큰 피해를 봤던 대구를 위해 서문시장 환경개선에 뛰어들었다.

SNS를 통해 을지로와 서문시장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히어로(Here:路) 프로젝트’로 이름을 바꿔 더 확대시켰다.

Q: 히어로 프로젝트를 소개하면

A: 예상보다 길어진 팬데믹으로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6월에 환경 캠페인 ‘내가GREEN히어로’, 7~8월 ‘여기뜰지도(here map)’, 최근에 ‘을.구.미.(을지로를 구독한 미식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여기뜰지도는 자연 속 아름다운 도시들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ASMR 스타일의 영상 콘텐츠까지 가미해 마치 자연 속을 거니는 듯 실감 나는 랜선 여행 트렌드를 주도했다. 무려 800만명이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공유했다.

을.구.미.는 일본 유명 드라마 포맷을 차용해서 만든 콘텐츠다. 직장 스트레스에 지친 직장인이 을지로에서 혼밥을 하는 1인 먹방 웹드라마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됐는데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심상치 않다. 내부적으로는 ‘신한카드 오리지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현금'에서 '페이'들로 경쟁자 확 늘어난 상황에서 마케팅은

Q: MZ세대 공략은

A: 신한카드가 오래전부터 인지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였기 때문에 새롭다는 느낌이 덜 할 수 있어 늘 M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고민한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PLCC 카드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문화공연장 블루스퀘어 내에 ‘확신제작소’라는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기존 간편결제·자산관리 플랫폼인 신한payFAN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신한pLay’를 론칭했다. 페이(pay)에 라이프(Life)를 더한 금융생활플랫폼이다.

Q: 마케터로서의 강점은

A: 밥벌이 20년차다. 집에서 아이들과 있을 때를 제외하고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편이다. 어떤 트렌드가 뜨고 있고 그것을 고객들이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한다.

봐야할 광고나 콘텐츠가 산더미처럼 많다. 전부 다 볼 수 없으니 하이라이트를 찾아보려 한다. 콘텐츠를 잘못 만들면 옛날 사람 취급받을 수 있고 사회적 이슈에 잘못 맞물릴 수 있으니 트렌드 파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노력 덕분에 MZ세대를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Q: 마케팅 전략은

A: 신한카드는 마케팅 자산이 많다.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인지도가 늘 1위다. 마케터로서 굉장히 운이 좋다.

‘생활과 금융의 혁신, 고객의 확신이 된다’는 모토로 만들어진 브랜드 에센스 확신(Confidence)을 기반으로 마케팅-상품-빅데이터-브랜드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업의 본질인 카드 상품에서 매년 히트작이 나와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그 고객들의 활동에서 나온 빅데이터가 분석과 예측을 용이하게 해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거기에 신한그룹의 ESG 전략으로 선한 브랜드 영향력을 전파하는 활동이 추가된다.

■ Interviewer 한 마디

“스펙 보다는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는 호기심과 그것을 업무에 접목하는 실행력이 중요합니다”

문주원 부부장은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의 괴리가 크고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자격증 같은 스펙 보다는 호기심과 실행력이 마케터로서 성공하는데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마케팅 관련 최신 페이퍼나 글로벌 미디어의 뉴스, 해외 기업의 마케팅 사례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다.

더 많은 정보,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수단이란 점에서 영어를 강조하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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