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온스타일
사진=CJ온스타일
CJ온스타일(과거 CJ오쇼핑)은 TV홈쇼핑 업체들 중 모바일 전환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곳으로 평가 받는다.

온라인 쇼핑의 기반이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흐름에 미리 대비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5월10일 CJ온스타일이 모바일 전환을 대대적으로 선포한 이후 9월9일까지 모바일 커머스의 대표 격인 라이브 방송 매출을 살펴봤더니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4배 증가했다.

유입 시청자 수는 7배 늘었다. 라이브 방송 콘텐츠 수를 늘린 양적 효과도 있지만, CJ온스타일이 트렌디한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와 대기업 TV홈쇼핑의 신뢰도를 적절히 융합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 1 TV의 한계를 벗어나라
도전 1 사명까지 바꾸고 모바일로

사람들은 예전만큼 TV를 보지 않는다. TV 채널을 돌리던 시간에 넷플릭스에 푹 빠져 있거나 스마트폰을 들고 온라인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이 같은 탈(脫)TV화로 사업 모델이 위협 받는 업종이 있다. TV홈쇼핑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결제가 23% 이상 늘었다.

쇼핑의 무게 중심이 모바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TV홈쇼핑 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빠르고 깊은 쇄신을 택한 곳이 바로 CJ온스타일(과거 CJ오쇼핑)이다. CJ온스타일은 올 5월 사명까지 바꾸고 판매 전략을 모바일 중심으로 대폭 수정했다.

당시 CJ오쇼핑은 ‘CJ온스타일’ 출범을 통해 “사업의 기반을 TV홈쇼핑에서 모바일로 옮기고, 소비자 눈높이에 꼭 맞는 상품을 큐레이션 해주는 ‘라이브 취향 쇼핑’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최초의 TV홈쇼핑 업체인 CJ온스타일은 그동안의 관성을 버리고 판매 전략을 모바일 중심으로 바꿨다. 기존 TV홈쇼핑 방송은 한 가지 상품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CJ온스타일 출범 이후엔 현재 판매 중인 상품과 연계된 다른 상품을 모바일에서 함께 볼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큐레이션’을 구현한다. 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인 기존 판매방식의 한계를 깨고 큐레이션 방식을 통해 판매 가능성을 늘린 것이다.

상황 2 ‘10조원’ 판 커지는 라방 전쟁
도전 2 TV홈쇼핑 업력으로 차별화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라이브 방송(라방)이다. 실시간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모바일 홈쇼핑 형태다.

유튜브·넷플릭스·틱톡 등 영상 기반 소셜미디어가 보편화하면서 새로운 소비 행태로 자리를 잡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업체들도 라방에 뛰어들었고,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들이 참전하면서 라방 시장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조원대였던 시장규모가 2023년엔 10조원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CJ온스타일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라이브커머스 채널과 대비되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오랜 TV홈쇼핑 업력을 살리기로 했다. 상품·방송 전문성과 노하우를 이용해 고퀄리티 라이브커머스를 구현하는 전략이다.

핵심 고객층인 3040을 공략하는 데도 이는 효과적이었다. 복합 헬스케어 브랜드 ‘옹쌔므옹땜’이 대표적이다. SNS(사회관계망) 트렌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이 브랜드의 대표가 직접 CJ온스타일 라방에 출연해 신뢰도를 높였다.

TV홈쇼핑의 검증된 안정성, 볼륨, 사후 서비스 품질 등을 종합 고려해 출연을 결정했다. 옹쌔므옹땜 라방은 1회 방송 매출로 1억원을 넘기는 성과를 올렸다.

P&G, 쿠쿠 등 구매 연령대가 높은 브랜드도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통해 1회 방송 매출 최대 2억원을 달성하며 CJ온스타일 라방의 확장성을 입증했다.

CJ온스타일은 최근 자사 패션 1등 브랜드인 ‘더엣지(THE AtG)’만을 판매하는 PB 전용 모바일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이 콘텐츠는 단발성 출연자가 아니라 ‘더엣지’ 브랜드에 대해 완벽한 이해도를 갖춘 고정 진행자 쇼호스트를 프로그램 ‘샵마스터’로 발탁했다.

대본에 따라 상품과 패션 코디를 소개하는 방송이 아니라, 시청자의 패션 고민을 파악해 함께 솔루션을 찾아가는 철저한 소비자 맞춤형 방송이다. 이를 통해 CJ온스타일은 기존 라이브 방송보다 신뢰성과 품격을 크게 높였다.

탈(脫)TV화 → 사양산업 → TV홈쇼핑 기업의 대응

상황 3 ‘MX세대 여성’을 잡아라
도전 3 패션·리빙·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제안

CJ온스타일의 핵심 고객층은 35~54세 여성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아니라 MX(밀레니얼+X세대)를 공략해야 하는 셈이다.

MX세대 여성은 구매력과 고급 취향을 갖춘 계층이기도 하다. CJ온스타일은 이들에게 단순한 상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패션·리빙·뷰티 3대 카테고리 전문몰을 운영하고 있다.

종합몰에서는 다루기 힘든 취향 상품과 브랜드를 각 전문몰 특성에 맞춰 편집샵 형태로 풀어내는 전략이다.

이 같은 모바일 몰은 TV홈쇼핑 시대엔 TV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게 해주는 보조적 채널에 머물렀다.

그러나 CJ온스타일은 이제 3대 전문몰을 중심으로 상품을 재편하고, 각 전문몰의 독립적인 경쟁력을 높여 모바일이 회사의 핵심 축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셀렙샵(패션)은 스타일링 콘텐츠, 올리브마켓(리빙)은 전문가 큐레이션, 더뷰티(뷰티)는 전문가 리뷰 콘텐츠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추구한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셀렙샵 63.9%, 더뷰티는 71% 성장(4~6월 기준) 하는 등 통합 브랜드 론칭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상품도 고급화하고 있다. 최근 패션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의 수트’ 브룩스 브라더스와 프리미엄 여성 브랜드로 유명한 센존을 영입했다. 이 두 브랜드는 마니아 층이 두터우며 해외에서도 명품관에 입점해 있을 정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다.

올리브마켓은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던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을 확대했다. 일부 오프라인 쇼룸에서만 구매 가능한 덴마크 루이스 폴센과 프리츠 한센이 눈에 띈다.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탄생한 에르메스 테이블웨어나 프랑스 명품 헤리티지 식기 베르나르도도 올리브마켓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버터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라콩비에뜨, 뉴욕 브런치 여왕 사라베스 레빈의 ‘사라베스 잼’ 등 가치 소비를 경험할 수 있는 해외 유명 식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TV홈쇼핑은 어떻게 보면 ‘사양산업’이다. 요즘은 TV가 아예 없는 가구도 많고, 있더라도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를 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TV홈쇼핑의 주요 고객층도 장년층 여성에 머물러 있다.

CJ온스타일의 모바일 대전환은 이처럼 ‘TV’라는 사업 기반의 근본적 위기와 전사적인 노력에 따른 것이었다. 마케팅 포인트와 전략도 자연스레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CJ온스타일은 TV에서 다져왔던 본연의 경쟁력을 모바일과 잘 접목시키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단 기존 강점과 새로운 플랫폼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대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비즈니스에서 채택해야 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박한신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라이브커머스는 집에서 편안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장점과 BJ의 생생한 진행, 적극적인 상호작용으로 마치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한 것과 같은 현장감, 사회적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는 장점이 결합된 새로운 쇼핑 방식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학계에서도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시작되고 있다. 이 중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라이브커머스의 주요 특징으로 (1)상호작용성(interactivity)과 (2)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이 있다.

라이브커머스의 상호작용성이란 기존의 온라인 쇼핑과 다르게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웹페이지와 이미지 기반의 전통적인 온라인 쇼핑이 일방향적 의사 소통 중심이라면,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채팅을 통해 구매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양방향’ 의사소통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사회적 실재감이란 “가상의 환경에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마치 친구들 대화에 참여하는 듯한 화면 연출과 현장감, 그리고 양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적으로 함께 공존하는 친밀감을 느끼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온라인 쇼핑에서는 인간적인 따뜻함, 사회적 상호작용을 느끼기 어려운데, 라이브커머스는 사회적 실재감을 통해 이를 보완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실재감이 높으면 쇼핑 사이트에 대한 신뢰, 쇼핑 과정의 즐거움 등이 증가하여 쇼핑 사이트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형성에도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라이브커머스는 제품의 정보를 시각적인 비디오 화면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더욱 생생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기존의 이미지, 텍스트 중심의 온라인 쇼핑에서 부족했던 단점을 채워줄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만의 장점이 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라이브커머스가 방송 형식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기존 온라인 쇼핑에 비해 제품 정보를 획득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일부 온라인 쇼핑 소비자에게 자칫 지루하거나, 비효율적인 쇼핑 과정으로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라이브커머스 마케터는 특별히 어떤 유형의 타깃 고객들이 라이브커머스 방식을 더욱 선호하는지, 그리고 특별히 어떤 종류의 제품군들이 라이브커머스 판매 방식에 더 적합할지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효과적으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아이스하키는 프로야구, 프로농구와 함께 미국 3대 프로스포츠다. 그만큼 인기가 많은 종목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하키를 사랑하다 보니 스타 선수도 많다. 그 중 한 명이 웨인 그레츠키다.

농구에 마이클 조던이 있다면 아이스하키에는 웨인 그레츠키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웨인 그레츠키는 “나는 퍽(공)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가야 할 곳으로 움직인다”는 말로 유명하다. ‘퍽이 있는 곳’은 지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런데 ‘퍽이 가야 할 곳’은 지금이 아니라 다음에 경쟁이 벌어질 곳이다.

다음에 퍽이 갈 곳이 어디일지 알고 남들 보다 먼저 그 곳으로 간다니 빼어난 실력을 보일 수 밖에.

이 이치는 아이스하키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다. 사업이든, 투자든 남들 보다 앞서 필요한 곳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성공의 기회가 더 많다. 시대의 변화를 미리 알고, 미리 대응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TV홈쇼핑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TV에 기반을 둔 홈쇼핑 사업이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사람들이 TV를 잘 안 본다. 사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양산업 소리를 듣기도 한다.

시대의 변화 방향은 TV가 아니라 모바일에 맞춰진 지 오래다. 모든 것이 모바일로 통하는 세상이다. 웨인 그레츠키처럼 퍽이 가야 할 곳을 알 수 있는 혜안이 있었다면 모바일 시대를 미리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능력은 아주 비범한 극소수나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나머지 대다수는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CJ온스타일은 탈(脫)TV화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 대응이 웨인 그레츠키식의 대응인지, 차선에서 승부를 보는 대응인지는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가 적절치 않다.

주목할 점은 CJ온스타일이 회사 이름까지 바꾸면서 모바일 대전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면서 TV홈쇼핑 회사로서의 오랜 업력과 노하우, 전문성 같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CJ온스타일의 대응이 웨인 그레츠키식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힌편으로는 기존의 TV홈쇼핑에 익숙하고 또 머물고자 하는 다수의 고령소비자도 중요한 한축임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급변하는 모바일화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다수의 소비자들의 요구도 귀담아 듣고 챙기는 CJ'오프'스타일.

어쩌면 모바일 세상에서 언젠가는 또 다시 퍽(공)이 가야할 곳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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