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73위지만 US오픈서 2위·3위·5위 연파한 '자이언트 킬러'
톱랭커들 무릎 꿇린 19세 페르난데스…비결은 타이밍+코스 공략
'레일라, 당신은 나를 무릎 꿇게 했어요.

'(Layla, you've got me on my knees)
에릭 클랩턴의 히트곡 '레일라'(Layla) 가사 일부다.

올해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킨 19세 신예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캐나다)의 이름 철자(Leylah)도 사랑 노래의 주인공과 다르지만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인 톱 랭커들을 줄줄이 무릎 꿇렸다는 점에서 왠지 연상된다.

2002년생으로 키 168㎝의 가냘파 보이는 체구의 페르난데스지만 이번 대회 3회전에서 오사카 나오미(3위·일본), 16강에서 전 세계 1위 안젤리크 케르버(17위·독일)를 연파했고 8강에서는 엘리나 스비톨리나(5위·우크라이나)를 꺾었다.

또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준결승에서는 세계 2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마저 2-1(7-6<7-3> 4-6 6-4)로 제압, 외신에서는 이미 '자이언트 킬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특히 이날 상대 사발렌카는 키 182㎝로 페르난데스와 15㎝ 가까이 차이가 나고, 체구도 훨씬 큰 '전사' 스타일의 공격적인 테니스를 구사하는 선수여서 페르난데스의 테니스 스타일과 좋은 대비를 이뤘다.

샷을 할 때마다 큰 기합 소리를 내고, 2세트 도중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라켓을 바닥에 내리치며 분풀이를 해댔다.

이에 비해 페르난데스는 묵묵히 상대 공격을 재빠르게 이동해 받아내고, 왼손잡이 특유의 각도 깊은 코스 공략 등으로 사발렌카를 괴롭혔다.

서브 최고 시속이 사발렌카 193㎞, 페르난데스는 170㎞였다.

공격 성공 횟수는 45-26으로 역시 사발렌카의 우위였다.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실책 수에서 23-52로 훨씬 적었다.

톱랭커들 무릎 꿇린 19세 페르난데스…비결은 타이밍+코스 공략
페르난데스가 신체 조건도 더 뛰어난 상위 랭커를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페르난데스의 주니어 시절 코치였던 데이브 라인버그는 최근 미국 신문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타이밍과 스피드, 코스 공략 능력"이라고 그의 성공 비결을 평가했다.

라인버그는 "공을 치는 타이밍이 내가 본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르고,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곳으로 보내는 코스 공략 능력이 탁월하다"며 "공의 각도도 상대 선수 입장에서 굉장히 까다롭다"고 분석했다.

또 "워낙 스피드가 좋아 수비 능력도 그만큼 빼어나다"고 덧붙였다.

라인버그는 "페르난데스는 자신감이 한창 올라왔을 때 이런 강점이 더 위력을 발휘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며 "스윙이 아주 자연스럽고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칭찬했다.

페르난데스는 이틀 뒤 결승에서 마리아 사카리(18위·그리스)-에마 라두카누(150위·영국) 경기 승자를 상대한다.

사카리는 사발렌카처럼 공격적인 '전사' 스타일의 테니스를 구사하는 선수고, 라두카누는 페르난데스와 2002년생 동갑으로 역시 이번 대회 상승세가 무서운 신예다.

페르난데스는 이번 대회 결승 진출로 세계 랭킹 20위 대 진입을 확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