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0조원 규모(2025년까지 조성)의 ‘한국형 뉴딜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의 투자운용2본부장에 투자 관련 경험이 없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내정됐다는 사실이 3일 한국경제신문 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서로 공을 떠넘긴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본지 9월 3일자 A1, 5면 참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가 관여하는 인사가 아니다”며 “전직 청와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취업한 사안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낙하산’ 표현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국성장금융은 민간 주식회사지만 주요 주주가 모두 금융권 공공기관이다.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출자한 ‘성장금융사모투자합자회사’가 지분율 59.21%로 가장 많고 이어 한국증권금융(19.74%), 산업은행(8.72%), 기업은행(7.40%), 은행권청년창업재단(4.93%)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분은 적지만 산업은행이 업무 협조 관계가 가장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딜펀드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도 산업은행을 거쳐 집행된다. 산은 관계자는 “의결권도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우리가 추천한 인사가 아니다 보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들 기관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투자한 민간 자회사들 인사까지 금융위가 어떻게 다 컨트롤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인사도 결국 한국성장금융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성장금융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당초 16일로 예고된 (황 전 행정관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에는 아직 변동이 없는 상태”라며 “회사 경영진 차원에서 적격 인사를 추천한 만큼 주주들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성장금융이 운용 책임을 맡고 있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매년 6000억원씩, 5년간 3조원의 정부 예산과 민간 매칭 자금(13조원)을 합쳐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첫해였던 올해에는 당초 계획보다 적은 5100억원이 편성됐으나 내년에는 이보다 1300억원 늘려 6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금융위 전체 세출 예산(3조5000억원) 가운데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호기/임도원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