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청와대가 계엄령 선포를 검토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에 대한 정부의 비공개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1심 판단이 나왔다. 앞서 군인권센터가 2019년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에 대한 판결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원교 부장판사)는 군인권센터가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군인권센터는 “2019년 11월 계엄령 문건 작성 지시 과정에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개입됐다”며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상황 보고 문서 11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해당 문건은 2016년 11월부터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한 12월 9일까지 기무사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등에 보고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정보공개를 거부하자 군인권센터는 작년 2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군인권센터가 공개를 요구한 11개 문건 중 8개 문건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관련돼있어 비공개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가 비공개 처분을 유지한 8개 문건은 ‘탄핵안 가결 시 군 조치사항 검토’, ‘현 상황 관련 기무사 활동 계획’, ‘최근 군부 동정’, ‘현 상황 관련 보고서(경찰력 지원건)’ 등이다.

반면 주요 보수단체 활동상황 등을 담은 3개 문건에 대해선 국가안보나 기무사 업무 등과 무관해 공개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무사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을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보고하기 위해 수집하거나 작성한 정보는 정보공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6년 탄핵 정국 당시 청와대와 기무사가 계엄령 선포를 검토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군·검찰 합동수사단은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로 도주했다는 이유로 2018년 11월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전역한 후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