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가 18일 중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유 중인 지분 20%를 3050억원에 인수한다. 양측은 DICC 지분 20% 처리 문제를 놓고 6년간 소송전을 벌여 왔다. 두산그룹은 이를 통해 사실상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조직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FI 컨소시엄(미래에셋자산운용·IMM프라이빗에쿼티(PE)·하나금융투자)이 보유한 DICC 지분 20%를 305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양측은 20% 가치에 대한 견해차가 컸지만, 최근 한발씩 물러섰다. 당초 FI는 두산 측에 투자 원금 3800억원과 법정이자 등을 더해 약 6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산 측은 기업가치 하락으로 지분 20%의 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양측은 다음달 거래를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인프라코어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FI 입장에서도 투자 기간이 10년 이상 끌면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합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로 DICC를 둘러싼 두산그룹과 FI 간 분쟁도 마무리됐다. FI는 2011년 DICC 지분 20%를 약 3800억원에 인수하면서 DICC의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DICC의 IPO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동반매도권 행사를 통한 매각 작업도 무산됐다. 이에 따라 FI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1심 결과는 두산이, 2018년 항소심은 FI 측이 승소했다. 올해 1월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으로 결론을 내며 사실상 두산 측 손을 들어줬다. 대신 FI의 보유 지분 20%에 대한 동반매도권을 인정하면서 양측은 협상을 이어왔다. FI 측은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는 대로 두산그룹에 제기한 소송을 취하기로 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지분 20%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현대중공업이 품게 된다.

한편 두산그룹은 앞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사업 개편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자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해왔다. 네오플럭스, 두산솔루스, 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 분할 매각 등을 잇달아 추진하며 몸집을 줄였다. 이번에 DICC 지분 거래까지 원만하게 해결하면서 구조조정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하게 됐다.

두산그룹은 앞으로 두산중공업 산하 친환경에너지를 담당할 두산퓨얼셀과 두산밥캣을 중심으로 그룹 재건에 나설 예정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