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책] 바이오 종목, 공부해서 똑똑하게 투자하자
지난 7월 출간된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는 출간 2주 만에 3쇄를 찍었다. 시장은 바이오 투자 입문자를 위한 입문서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가치주와 우량주 투자를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은 수도 없이 출간됐지만 바이오기업 투자만을 목적으로 한 책은 이전까지 흔치 않았다.

책의 저자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소문을 듣고 투자할 게 아니라, 바이오기업을 좀 더 제대로 알고 투자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약제학 석사를 마친 황 대표는 유한양행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2001년 벤처투자업계에 입문했다. 2002년 아이센스에 7억 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190여 개 기업에 7500억 원을 투자했다. 20년 동안 바이오기업에 투자해온 덕분에 증시에 상장한 바이오 벤처기업 중 절반은 황 대표의 손을 거쳤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만큼 바이오 투자에 있어 베테랑이라는 뜻이다.

바이오 투자에 필요한 최소한의 입문서
저자인 황 대표는 이 책을 ‘지침서’나 ‘비법서’가 아닌 ‘입문서’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기에 앞서 최소한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1장은 국내 바이오산업 발전의 개괄적인 역사, 2장부터 7장까지는 바이오 종목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라면 알아야 할 용어와 업계 상황을 풀어놓았다. 베테랑 투자자로서 실제 기업의 이야기를 함께 녹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투자하기 좋은 바이오 기업을 고르는 노하우는 책의 후반부인 8장~15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각 장의 순서는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기초적인 것을 모아놓은 입문서라는 점을 고려해 배열했다. 가령 2장은 바이오시밀러를, 3장은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CDO)을 다룬다. 각 장의 주인공은 국내 바이오 기업 시가총액 최상위인 셀트리온(2위)과 삼성바이오로직스(1위)다. 사람들의 관심 정도를 반영해 각 장의 순서를 구성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황 대표는 “바이오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기업을 눈여겨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필요한 개념을 먼저 다뤘다”며 각 장을 소개했다.

2장 ‘한국은 이제 반도체보다 바이오시밀러 강국?’을 좀 더 살펴보면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의 차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차이를 짚는다. 바이오시밀러라면 빼놓을 수 없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이야기도 덧붙였다. 2장 말미에는 휴미라와 엔브렐 등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유럽 및 미국 특허 만료시기를 표로 정리해 달았다. 황 대표는 “셀트리온의 차트를 볼 때 양봉·음봉만 따지는 게 아니라 개발 중인 후보물질(파이프라인)과 특허 만료 기간을 함께 고려하고 사업의 흐름을 읽는 투자자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책의 문투는 ‘~입니다’ 같은 식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황 대표는 “말로 하듯 편하게 쓴 책”이라며 “6장(눈먼 생쥐도 다시 눈을 뜬다고?)이나 7장(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누가누가 잘 만드나?)까지 읽다 보면 신기술은 물론 하루가 다르게 주가가 들썩이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기업 현황도 개략적으로 눈에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테랑 투자자가 들려주는 노하우
독자들은 무엇을 기대하며 이 책을 살까. 저자 황 대표의 말처럼 바이오산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개념을 기대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 중 과반수는 아마도 더 빠른 지름길을 원하지 않을까. 곧장 써먹을 수 있는 투자 노하우 같은 것들 말이다.

황 대표는 책을 통해 2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겸손한 리더십을 갖춘 좋은 경영진이 있는 회사를 찾는 것. 두 번째는 좋은 특허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는 “겸손한 리더십의 여부는 기업홍보(IR) 활동을 유심히 지켜보면 감이 온다”며 “IR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하는 기업인지, 아니면 독불장군처럼 회사를 경영하거나 비밀주의인지를 확인하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의 트랙레코드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좋은 특허란 무엇일까. 바이오산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투자자는 기업의 특허 획득 공시를 보더라도 가치나 영향력을 평가하기가 어렵다. 황 대표는 “특허 개수가 많은 기업의 승산이 더 높다고 보면 된다”며 “특허 개수가 많다는 건 대체로 특허에 관심이 많은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자세한 노하우는 10장 ‘바이오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장은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연구개발비, 퇴직 급여 충당금의 변화 등으로 회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실전 노하우를 담았다.

황 대표는 “한국은 과거 황우석 교수 사건, 코로나19 백신 등의 이유로 줄기세포나 mRNA 같은 단어를 국민 중 절반 이상이 아는 똑똑한 나라가 됐다”며 “이처럼 똑똑한 국민성이라면 조금만 공부하면 바이오산업도 영리하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사진 김병언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