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에도 삼성물산·생명·전자 등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대규모 인수합병(M&A) 소식이나 뚜렷한 반도체 업황 개선세 없이는 주가가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株 일제히 '내리막'
10일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는 각각 2.11%, 0.52%, 1.60% 하락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0억원, 90억원 순매수했지만 기관이 22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강했다. 각각 3610억원, 81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를 하루 앞둔 날이었지만 이날 대만 반도체 현물 가격 하락세가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그룹株 일제히 '내리막'
당초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 가석방을 계기로 삼성그룹주도 반등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미뤄져왔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등의 주주 친화 전략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주가 반등 시나리오에 힘을 실었다.

주요 그룹주가 약세를 면치 못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미래 사업에 대한 시장 신뢰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성한 신한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연이어 호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가 ‘좋고 싼 기업’인 건 모두 알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에선 TSMC와 인텔 사이에,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과 샤오미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돌파구를 시장에선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건 대규모 M&A 소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레드오션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 외에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았을 때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에 대한 결정은 주가에 많이 선반영된 상태”라며 “M&A를 통한 신사업 진출 소식이나 반도체 업황의 뚜렷한 개선세가 보여야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