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찬 블루엠텍 대표가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온라인 의약품 유통 플랫폼인 블루팜코리아를 소개하고 있다.   블루엠텍 제공
정병찬 블루엠텍 대표가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온라인 의약품 유통 플랫폼인 블루팜코리아를 소개하고 있다. 블루엠텍 제공
의약품 유통시장은 디지털전환(DX)이 늦은 편이다. 일반 개원의와 동네 병원은 통상 제약업체 영업직원을 통해 의약품을 구입하는 게 오랜 관행이다. 영업은 주로 현장에서 대면으로 이뤄진다.

블루엠텍은 이런 의약품 유통 방식을 온라인으로 옮겼다. 인공지능(AI) 기반 의약품 유통 플랫폼 블루팜코리아를 통해서다. 일반 생활용품을 온라인 마트에서 구입하듯 의사들이 백신, 필러·보툴리눔톡신(보톡스), 항생주사제 등 원내의약품을 살 수 있게 했다. 플랫폼을 정식 출시한 2019년 80억원이던 매출은 작년 3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예상 매출은 900억원가량이다. 회원으로 가입한 병·의원은 1만7000여 곳으로 전국 병·의원의 약 25%다. 원내의약품 수요가 많은 소아과 분야에선 가입률이 90%에 달한다. 정병찬 블루엠텍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방식으로 의약품을 공급받으려는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빅데이터 실시간 공유

제약사와 병·의원들이 기존 관행에서 돌아서고 있는 것은 DX에 따른 장점이 커서다. 블루엠텍은 매일 현금을 내고 제약사에서 의약품을 사들여 병·의원에 공급한다. 기존 ‘선 공급, 후 결제’ 방식과 반대다. 그동안은 도매기업과 병·의원이 각각 의약품을 구입하고 정산하기까지 이른바 대금 회전일이 1~3개월가량 걸렸다. 거래처별로 정산일도 들쭉날쭉해 기업도 병원도 의약품 수급량과 현금 흐름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정 대표는 “AI로 실시간 수요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현금 거래에 큰 부담이 없다”며 “제약사 입장에선 여신 채권을 확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유통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시장 분석도 할 수 있다. 제약사가 실시간 매출 데이터를 지역별로 받아 어느 곳에서 어떤 백신 수요가 더 높은지를 알아보는 식이다. 블루엠텍은 제약사에 유통 기록과 처방 통계자료 등을 제공한다. 제약사가 월·분기에 한 번씩 도매상에서 매출 실적을 전달받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수월하게 수급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가 백신 유효기간 추적해 알림

AI 특화서비스도 운영한다. 백신이나 주사제 등 유효기간을 꼭 준수해야 하는 의약품의 일련번호 등을 AI가 추적해 구매자에게 유효기간 만료 전 알려준다. 병원이 약을 제때 쓰지 못해 폐기하게 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각 병·의원의 구매 패턴에 맞는 자동 알림 서비스도 있다.

블루엠텍은 제약영업담당자(MR)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워진 MR 활동을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의사와 약사 등에게 의약품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웨비나 등도 지원한다.

정 대표는 “의료 소모품 유통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원내의약품 시장에서 한국의 아마존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