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신한은행 맞나요?"…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 가보니
청원경찰 대신 새하얀 라운지와 둥그런 테이블이 고객을 맞는다. 금융 MBTI 검사를 통해 알맞은 금융상품을 추천받고, 태블릿 PC를 통해 금융 보고서를 읽거나 전문가 강연을 들으며 상담에 대기한다.

1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에 문을 연 신한은행 서소문 '디지로그(digilog)' 브랜치(지점)에 들어선 소비자들은 연신 "여기 은행 맞나요"라고 물었다.

신한은행은 이날 서소문을 비롯해 서울 신한PWM목동센터, 인천 남동중앙금융센터 등 3곳의 디지로그 브랜치를 열었다. ‘애플 스토어’와 같은 일종의 플래그십 점포로 디지털 금융의 편리함과 대면 서비스의 감성을 합친 '새로운 미래금융공간'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여기 신한은행 맞나요?"…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 가보니
이날로 옆 건물의 기존 서소문 지점은 문을 닫았다. 1982년 7월 12일 문을 연 신한은행의 두 번째 지점이 디지털로 완전히 탈바꿈한 셈이다. 이순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수석은 “가장 큰 화두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였다”고 했다. 기존에 서소문 지점이 맡던 소비자 5만여명의 서비스를 충족하면서도 신한만의 새로운 '디지털 경험'도 제공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신한은행은 각 점포별로 지난 10년 동안의 영업점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도출한 ‘소비자 여정’ 따라 점포를 구성했다. 소비자가 들어서면 '금융 MBTI 검사', 일반인과 나의 금융생활을 비교할 수 있는 '보통사람 보통금융', '우리동네 흑백사진관' 등의 콘텐츠가 마련된 '고객 경험 존'을 거친다.
"여기 신한은행 맞나요?"…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 가보니
이후엔 스마트 키오스크로 안내된다. 은행 업무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다. 은행원과의 대면 서비스를 요청하면 카드 재신고 등 현금이 필요없는 캐시리스 스마트데스크와 출금 등의 현금이 필요로 하는 일반 스마트데스크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수석은 "은행에 방문하지 않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소비자의 디지털 금융 활용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대출, 예금, 청약 등의 업무에 대해선 화상상담 창구를 통해 본점 은행원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컨설팅 라운지에선 더 심화한 금융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요청하면 은행 본점 투자자산전략부의 전문가들을 화상으로 연결해준다. 기존에 일부 자산관리(WM)점포에서만 제공하던 프라이빗뱅킹(PB) 전용 서비스다. 라운지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스마트 글라스가 설치돼있다. 신한은행은 신분증 스캐너, 정맥인식 기기, 디지털 서식 창구, 비밀번호 입력기, 인감스캐너 등을 합친 통합모듈도 새롭게 만들었다.

서비스를 지점 특색에 맞게 달리한 것도 특징이다. 기업고객과 개인사업자가 많은 서소문 지점엔 '소호(soho)' 전용 컨설팅 라운지가 마련돼있고, 기업고객이 주로 찾는 남동중앙금융센터에는 국가지원사업, 파생 상품 등 기업 전용 콘텐츠를 배치했다. 신한PWM목동센터에는 금융정보와 함께 아트 큐레이션, 미술경매, 와인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고객 경험(CX) 테이블을 뒀다.

브랜치에는 디지털마케팅부가 설치돼있다. 은행 개별 점포단위로 전문 마케팅 부서가 설치된 최초의 사례다. 김 수석은 "각 지점이 담당하는 비대면 선호 고객을 위한 각종 마케팅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업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디지로그 브랜치를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잇는 '테스트 베드'로 삼아 성과를 전 은행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디지털 기술과 인간의 감성이 결합된 디지로그 브랜치는 빅테크와 차별화한 신한은행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 신한은행 맞나요?"…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 가보니
김대훈/빈난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