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23년부터 연간 90억유로(약 12조2600억원)에 이르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유럽 기업을 보호하고 코로나19 극복에 쓴 막대한 재정 지출을 메우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이 받아들 청구서만 매년 1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EU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는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55’를 오는 14일 발표한다. 2030년 EU의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보다 55% 줄이는 게 목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세부안도 공개된다. EU 생산 제품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일정 비용을 내도록 하는 조치다.

파이낸셜타임스가 확보한 초안에 따르면 탄소 배출 저감 조치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는 유럽 기업을 보호하는 데 탄소국경세가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EU는 평가했다.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세금을 확대해 2030년께 매년 90억유로를 거둬들일 계획이다. 추가 수입의 상당액은 7500억유로에 이르는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

첫 부과 대상 항목은 철강 시멘트 비료 제품이다. 러시아 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EU는 분석했다. 각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9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한 국제 조정을 촉구했다. 한국은 탄소배출권 제도를 운영 중이므로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 “배출권 거래제나 에너지세 등 기존 정책과의 정합성 및 중복 여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강진규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