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환 서초그랑자이(옛 무지개아파트) 조합장은 ‘9m 높이의 1층 필로티(기둥 위에 아파트를 올리는 방식) 설계’를 단지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전체 9개 동 1층에 필로티 설계를 적용, 지상에 녹지와 휴게 공간을 만들어 주민에게 호평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 조합장은 “인근에 있는 일명 ‘독수리 5형제’(래미안리더스원, 래미안서초에스티지·에스티지S, 서초신동아1차)도 따라올 수 없는 주거의 질을 갖췄다”고 자부했다.

2015년부터 서초그랑자이 재건축사업을 지휘한 구 조합장은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뒤 기술고시 건축직에 합격해 20여 년간 특허청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외국에서 법학 박사학위도 땄다. 공직 경험과 재건축사업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서초그랑자이를 서초동의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서초그랑자이의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9m 높이의 필로티입니다. 1400여 가구가 사는 대단지 9개 동이 모두 9m 기둥 위에 세워진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높은 필로티 공간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필로티 공간이 없는 아파트의 1~3층은 입주민이 선호하지 않는 층입니다. 가격도 다른 층에 비해 싸고요. 서초그랑자이 2층은 다른 아파트 3~4층 높이에 있습니다. 필로티 시공으로 확보한 1층 공간은 단지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주민들의 통행을 원활하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단지 중앙과 남북에 있는 공원을 쉽게 오갈 수 있는 것이죠. 미관상으로도 매우 훌륭합니다.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하죠.”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인근 단지와의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주변 단지들은 필로티 공간이 없거나 기둥 높이가 훨씬 낮습니다. 주차 공간도 서초그랑자이가 가장 넓고요. 통상 신축 아파트의 주차 공간(가로 폭)이 230㎝인데, 우리 단지는 250㎝에 달합니다. 각 동 입구 등 단지 곳곳에는 예술품을 설치했습니다. 서초그랑자이는 주거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설계에서부터 많은 공을 들였는데요.

“서초그랑자이는 서울시 건축 심의에서 ‘우수 디자인’ 인증을 받았습니다. 일반 아파트는 외벽 길이의 70%까지만 발코니를 둘 수 있어요. 우수 디자인 인증을 받아 발코니를 100%까지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조합원 분양 가구에는 거실과 주방 벽·상판에 세라믹 석재를 깔았습니다. 내구성이 우수하고 아름다운 대신 시공이 까다롭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입찰 제안서에 들어 있는 내용이 경쟁사보다 월등히 좋았습니다. 필로티 공법과 중앙공원 조성이 대표적이죠. 외벽재를 다른 단지에 비해 고급화한 것도 특징입니다. ‘지하 4층까지 파자’는 조합 제안도 GS건설만 수용했죠.”

▷정비사업과 관련된 업종에 근무한 적이 있나요.

“서울시립대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습니다. 16회(1980년) 기술고시 건축직에 합격해 2003년까지 특허청에서 일했습니다. 2002년 영국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교수(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 재직 중입니다.”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재건축·재개발을 규제하다 보니 주택 공급이 계속 줄어드는 겁니다. 1~2인 가구증가로 주택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 필요가 있습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