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사용료 인상을 놓고 불거진 인터넷TV(IPTV) 업계와 CJ ENM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성명서 공방을 벌이며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이 이번엔 채널 송출 중단(블랙아웃)까지 감수하겠다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용자들에게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U+모바일tv에서 오는 11일부터 CJ ENM 관련 채널 실시간 방송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tvN, 올리브, 엠넷, 투니버스 등 10개 채널이다. 현실화되면 IPTV와 CJ ENM 간 갈등이 소비자 피해로 옮겨붙는 최초 사례가 된다.

LG유플러스는 CJ ENM과 모바일TV 프로그램 사용료 조정 논의가 지난달 말 협상 기일을 넘겨 사실상 결렬되자 이 같은 공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CJ ENM은 U+모바일tv에 콘텐츠 사용료를 전년 대비 175%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기존 사용료가 지나치게 낮았던 만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게 CJ ENM 주장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 같은 인상폭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OTT 콘텐츠를 IPTV 사용료에서 떼내 별도로 계약하는 방안을 두고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통신사는 IPTV 콘텐츠 사용료에 OTT 항목을 일부 포함하는 식으로 콘텐츠 기업에 사용료를 지급해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U+모바일tv는 IPTV를 휴대폰으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파생시킨 IPTV 서비스의 연장”이라며 “사실상 자사 모바일 가입자를 위한 부가서비스인 만큼 매출 기여도가 높지 않은 콘텐츠에 이용료를 대폭 올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CJ ENM 관계자는 “LG유플러스 가입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U+모바일tv에 가입해 볼 수 있다”며 “OTT 시장이 커지는 만큼 별도 사업으로 보고 계약을 따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갈등이 계속되면 다른 OTT에서도 CJ ENM 채널 송출 중단이 이어질 전망이다. OTT ‘시즌’을 운영하는 KT는 오는 11일이 CJ ENM과의 협상 기일이다. CJ ENM은 KT엔 전년 대비 프로그램 이용료 약 1000% 인상을 요구했다. CJ ENM도 요구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콘텐츠 송출(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IPTV 업계와 CJ ENM 간 협상이 ‘극적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간담회를 여는 등 중재에 나섰으나 소득이 없었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최소 향후 수년간 업계 구도를 좌우할 전망이라 어느 한쪽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