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선다.

사모펀드와 중국 최대 건설회사, 국내 중견 건설사에 이어 중동 국부펀드까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조심스럽던 매각 작업이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아부다비투자청, `중동 강자` 대우건설 노린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청과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 국부펀드를 운용한다. 운용 자산이 약 5,800억 달러(약 648조 원)에 달한다.

아부다비투자청은 그동안 중동에서 경쟁력이 있는 국내 건설사 인수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대우건설이 중동에서 보여준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의 기술력과 해외수주 경험에 아부다비투자청의 안정적인 자금력이 결합하면 중동과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 몸값 2조 원대 전망…"지금이 매각 적기"

대우건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어닝서프라이즈`를 내고 있는 지금이 매각 작업을 시작할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가격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6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2억1093만여 주(50.75%)를 1조3606억 원에 인수했다.

현재 주가(26일 종가 7570원)를 반영할 때, 이 지분의 가치는 약 1조6천억 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할 경우 매각가는 2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8조 원, 영업이익 5천583억 원을 기록한 국내 시공능력평가 6위 건설사다.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만족하고 대우건설이 인정하는, 걸맞은 가격을 받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소재 아부다비투자청(ADIA)
○ 몰려드는 인수 희망자…매각 본격화하나

현재 아부다비투자청 외에도 다양한 인수 희망자가 직간접적으로 인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부동산 디벨로퍼 `DS네트웍스`가 진대제 전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와 손잡고 인수전에 나섰고, 국내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도 인수 의향을 내비쳤다.

또 중국 최대 건설회사인 CSCE(중국건축정공사)도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호남지역 중견 건설사인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찬선 중흥그룹 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KDB인베스트먼트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인수 희망자들이 나서는 만큼 매각 작업이 빠르게 공식화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내부·노조 반발 넘어설까…"투기자본 반대"

매각이 성공하기 위해선 대우건설 내부와 노조의 협조도 중요하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이나 자금력이 탄탄한 해외 오일머니가 인수에 나서줄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중동 국부펀드 두바이투자청(ICD)에 인수된 쌍용건설의 성공 사례도 거론되지만, 사모펀드나 중견 건설사들이 더 크게 베팅할 것이란 게 IB업계의 관측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공능력 1위였던 대우가 금호에 인수되면서 지금 상황까지 왔다"며 "국내에서 주택사업만 한 중견 건설사는 해외사업에 힘을 실어야 하는 대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사모펀드 인수에 선을 그었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투기자본인 사모펀드와 협상을 하고 있는 KDB인베스트먼트를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매각을 서두르기 위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낸 사모펀드에 이어, 인수자로 거론되는 국내 건설사나 중국 건설사, 중동 국부펀드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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