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에 공장 둔 도쿄오카공업
포토레지스트 생산능력 2배 늘려
다이킨공업은 당진에 공장 건설
두 기업 모두 삼성·SK에 납품
까다로운 수출절차에 직접투자↑
韓정부 연구비·세제지원도 한몫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오카공업(TOK)은 인천 송도에 있는 기존 공장에 수십억엔을 추가로 투자해 포토레지스트(감광제) 생산능력을 2018년에 비해 2배로 늘렸다. 포토레지스트는 실리콘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데 사용되는 반도체 핵심 소재다. 도쿄증시 1부 상장사인 도쿄오카공업은 세계 최대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25%에 달한다.
이 회사는 2012년 8월 인천에 TOK첨단재료란 법인을 설립해 한국에 진출했다. 삼성물산이 TOK첨단재료의 지분 10%를 갖고 있다. 2013년 송도에 156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9920㎡ 규모의 공장을 지었다. 지난해 매출은 1724억원, 영업이익은 27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도쿄오카공업의 전체 매출은 1176억엔(약 1조2025억원), 영업이익은 161억엔(약 1646억원)이었다. 한국은 도쿄오카공업 매출의 14%, 영업이익의 16%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새로 증설한 설비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킨공업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장치 업체인 C&G하이테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충남 당진에 3만4000㎡ 규모의 반도체 제조용 가스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공장 건설에는 앞으로 5년간 40억엔이 투입된다. 내년 10월부터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다이킨공업은 한국 반도체 제조용 가스 시장의 28%를 점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생산공장이 없어 에칭가스를 전량 일본과 중국 공장에서 수입해왔다. 도쿄오카공업과 다이킨공업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대기업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쇼와덴코머티리얼즈(옛 히타치카세이)도 2023년까지 200억엔을 들여 한국과 대만에서 실리콘웨이퍼 연마제와 배선기판 재료 생산설비를 증설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경기 안산에 새 공장을 지어 생산능력을 30%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SK머티리얼즈와 합작법인인 SK쇼와덴코를 세워 한국에 진출했다.
일본은행의 국제수지통계에 따르면 일본 화학기업의 한국 직접투자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반도체 관련 소재 기업의 투자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업계에선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에 생산공장을 늘리는 이유라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에칭가스 등 세 가지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전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한 번만 종합 허가를 받으면 돼 사실상 자유롭게 교역이 가능했다. 수출 규제 후에는 일본 기업들이 계약 건별로 일본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같은 해 8월에는 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전략물자 1100여 개 품목에 대한 수출 심사가 건별 허가 방식으로 바뀌면서 제출 서류가 늘어나는 등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해서는 사업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일본 기업들의 인식이다. 불화수소를 한국에 수출하는 스텔라케미파는 2년째 관련 상품 매출이 3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한국의 공장에서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면 일본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본 기업들이 현지 생산으로 전략을 바꾸게 됐다는 설명이다.
수출 규제 이후 한국 정부가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보조하는 한편 일부 지역에선 세제 우대 조치를 하는 것도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몰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의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미·중 갈등과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공급망이 끊길 위험성이 높아져 현지에서 소재를 생산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