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도 못한 첫 선발, 장지훈은 자기 몫 이상을 했다

[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김원형 감독이 전날 경기를 돌아보며 `가능성이 있는 투수를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말한 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장지훈의 선발 등판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예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당초 30일 두산전 선발로 예고됐던 윌머 폰트가 경기를 앞두고 목 담 증세를 호소하면서 선발이 바뀌었다. 하필 엔트리 변화를 주면서 평소보다 투수 한 명이 적었던 상황, 선발과 필승조를 제외하고 몇 남지 않은 투수 중 장지훈이 대체 선발로 마운드에 나서야 했다.

데뷔 2일 차의 신인이었다. 만루 위기에서 연속 삼진으로 완성한 데뷔전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장지훈은 얼떨결에 데뷔 첫 선발 등판에 나섰다. 장지훈은 긴장을 한 듯 1회초 선두타자 허경민의 타구를 잡고 아쉬운 송구로 출루를 허용했으나, 흔들리지 않고 실점 없이 1회를 잘 끝냈다.

2회에는 김인태에게 좌전안타, 안재석에게 3루타를 허용하면서 1실점했다. 그러나 이내 3회 페르난데스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처리, 박건우와 김재환을 모두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단 7구로 이닝을 매조졌다. 장지훈이 3회까지 1실점으로 막는 동안 SSG 타선의 득점은 없었다.

3연전 첫 경기에 투수까지 모자랐던 탓에 장지훈은 예상보다 더 많은 공을 던져야 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최다 이닝 소화가 2⅔이닝이었던 장지훈은 1군에서 프로에 들어와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래서 힘이 떨어진 탓인지 4회부터는 홈런을 맞았고, 연속 볼넷과 안타를 기록한 장지훈은 김택형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택형이 바로 홈런을 맞으면서 장지훈의 자책점은 7점이 됐다.

준비도 없이 좌충우돌한 결과는 치솟은 평균자책점과 패전이라는 기록. 데뷔 이틀 만에 속상한 성적표가 됐지만, 분명 7점의 모든 책임을 장지훈에게 물을 수 없다. 아직 모든 게 낯선 상황 속에서 팀의 변수를 짊어진 그 자체만으로도 장지훈의 74구는 훌륭했고, 앞으로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SSG 랜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