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동산 조사…60∼85㎡ 아파트값 2년새 3억원 가깝게 뛰어
"월급은 찔끔 오르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중산층도 박탈감
집값 급등에…서울 중소형 아파트값도 평균 10억원 육박
최근 2년 사이 집값이 크게 뛰면서 서울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하는 데 필요한 돈이 평균 1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과 도심은 물론 외곽 지역의 오래된 단지까지 집값이 뛰면서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서울에 자력으로 중소형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

27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4월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8천658만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2억9천237만원 올랐다.

상승률로 보면 42.1%나 급등했다.

2년 전 6억9천422만원으로 7억원이 되지 않았던 중소형 아파트값이 이제 10억원 턱 밑까지 차오른 것이다.

2년 전 집을 사려다가 미뤘던 가족이 지금 같은 집을 사려 한다면 3억원 가까운 돈이 더 필요한 셈이다.

이 조사에서 중소형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를 기준으로 삼았다.

시장에서는 '25∼34평 아파트'(공급면적 기준)로 불리는 면적으로, 신혼부부부터 3∼4인 가구까지 선호하는 인기 면적이다.
집값 급등에…서울 중소형 아파트값도 평균 10억원 육박
지역별로는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11억5천153만원,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은 8억5천432만원으로 조사됐다.

강남권 중소형 아파트값은 2018년 8월 8억원을 넘긴 뒤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월 9억원을 돌파했고, 이후 7개월 만에 10억원을, 그 뒤로 5개월 만에 11억원을 넘겼다.

최근 들어 집값이 2억원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이 1년에 불과했다.

강북권의 경우 중소형 아파트값이 2019년 8월 평균 6억원대에 진입한 뒤 11개월 후 7억원을 처음 넘어섰고, 이후 6개월 만에 8억원을 넘겼다.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최근 1∼2년 간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권에서는 송파구 오금동 상아2차아파트 전용면적 84.98㎡가 지난 3일 12억8천만원(1층)에 거래됐는데, 2019년 5월 같은 층이 8억1천700만원에 매매됐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4억6천300만원 올랐다.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리가 전용 84.98㎡는 2019년 4월 10억2천만원(13층)에서 지난달 18일 13억9천500만원(11층)에 각각 매매돼 2년 동안 3억7천500만원 올랐다.
집값 급등에…서울 중소형 아파트값도 평균 10억원 육박
강북권에서도 성북구 삼선동2가 삼선푸르지오 84.83㎡가 지난 3일 9억2천만원(2층)에 계약서를 써 2019년 6월 6억2천만원(10층)보다 3억원 올랐고,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래미안 84.98㎡는 지난달 9억9천만원(12층)에 거래돼 약 2년 전 7억2천500만원(11층)보다 2억6천500만원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의 소형 아파트(60㎡ 이하) 평균 매매가격은 7억7천578만원, 중형(85∼102㎡)은 12억4천844만원, 중대형(102∼135㎡)은 14억6천546만원으로 조사됐다.

135㎡ 초과인 대형 아파트값은 22억3천281만원으로 지난달 20억원을 처음 넘긴 뒤 한 달 새 2천175만원 더 올랐다.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회사원 이모(37)씨는 "요즘도 퇴근 뒤 맞벌이하는 아내와 저녁상에 앉아 왜 우리가 작년에 대출을 최대로 끌어 집을 사지 않았나 후회한다.

월급은 찔끔 오르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니 이런 상황에서는 내 머리로 도저히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기가 버겁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연봉이 남들보다 엄청 높은 것도 아닌데 애매하게 소득 기준에 걸려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못 받더라. 세금으로 누르고 3기 신도시를 풀어서라도 집값이 빨리 진정되길 바라지만, 작년부터 수십차례 대책에도 집값이 오르기만 해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