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9 보궐선거 이후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면밀한 모니터링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14일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서울 강남과 목동 등지의 재건축 단지 위주로 호가가 다시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실장은 "보궐선거 전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서울의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시장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관계기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투기적 수요가 유입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계속 해나가는 한편, 주택시장이 조기에 확고한 안정세로 전환될 수 있도록 공급대책 후속조치에 만전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실장은 일부 재건축 단지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적으로는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4 대책과 연이은 후속조치를 발표한 이후 공급 기대감의 확산으로 매수 심리가 진정되고 매매·전세시장의 매물이 늘어나 실거래가도 하락하는 등 시장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급 상황도 매수자 우위로 전환돼 30대 이하 매수자가 감소하는 등 시장의 주요 지표들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앞서 발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1차 선도사업 후보지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다"며 "이런 수요에 부응해 서울과 경기, 인천, 지방 광역시 등지에서 접수된 나머지 후보지들에 대해서도 검토를 마치는 곳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등 후속조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공사비가 최소 10% 오를 것 같습니다.”(대형 건설사 분양 담당 팀장)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 요인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당장 오는 6월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5등급 인증(에너지 자립률 20~40%)이 의무화된다. 제로에너지 인증이 시행되면 단열재, 고성능 창호, 태양광설비 등을 도입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 최근 5년간 분양가 인상을 부추기는 규제만 근로시간 단축, 레미콘 토요휴무제 등 7건에 이른다. 여기에 층간소음 보완시공 의무 적용, 준초고층 피난안전구역 설치, 전기차 화재대응시설 의무 구축 등 대기 중인 법안도 적지 않다.◇품질과 안전 기준 강화로 공기 늘어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상승 요인은 줄잡아 열 가지에 이른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건설업계 발을 묶는 대표적 리스크로 꼽힌다. 한국건설관리학회가 민간 전문가 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작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레미콘 휴무제(토요일 타설 금지)와 공휴일 공사 금지도 공사비 증가와 연결된다. 작업 시간 단축으로 노무비가 증가해서다.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건설 현장 안전 강화도 비용 상승 원인 중 하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시설과 인력 등이 추가되면서 관련 비용만 10%가량 증가했다”며 “처벌이 두려워 현장을 떠나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콘크리트 강도 강화, 사전 방문 의무화 등도 공사비 상승을 부채질한다. 서울 등 도심에는 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주요 아파트 공급원이다. 재건축 공사비 검증
오는 6월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A건설사는 비용 부담에 고민이 깊어졌다. 전용면적 84㎡ 기준 가구당 공사비 증가분이 정부 예측치(130만원)를 두 배 웃도는 293만원으로 추정됐다. A사 관계자는 “제로에너지 규제를 충족하려면 옥상 대신 측면에 특수 자재를 사용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이 두 배가량 든다”며 “공사비 상승과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는 가운데 각종 규제 부담이 가중돼 사업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아파트 분양가격이 공사비 상승, 금융비용 증가에 각종 규제가 더해져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최근 1년간 공급된 단지 기준)는 3.3㎡당 4428만원으로 두 달 연속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9% 뛰었다.친환경과 층간소음 규제 등 공사비 상승을 부채질하는 정책이 우후죽순 쏟아져 연내 서울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6월 30일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으로 제로에너지 규제가 확대된다. 단열 성능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에너지 자립률 20~40%를 달성해야 한다. 층간소음 규제도 부담이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법적 기준(4등급)보다 강한 기준(1~3등급)을 요구하고 있다.공사비 상승이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그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 상승이 주택시장을 옥죄는 주요 요인”이라며 “제로에너지나 층간소음 같은 규제를 기간을 두고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연봉을 꼬박 모아 서울 아파트 한 평(3.3㎡) 사기도 어려워질 줄 몰랐습니다.”작년 말 서울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저층인 점이 마음에 걸려 포기한 30대 직장인 A씨는 당시 결정이 후회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 급등세가 계속돼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고 있다.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8만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3500만원) 대비 25.9% 뛴 금액이다. 분양가와 상승폭 모두 HUG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분양가가 지역 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공급된 ‘포제스 한강’이 대표적이다. 3.3㎡당 1억3771만원에 분양했다. 역대 최고가다.지난해 9월 3.3㎡당 7209만원에 공급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은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중 가장 비싼 단지 타이틀을 얻었다. 비강남권 단지 분양가도 3~4년 전 ‘강남 아파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작년 11월 영등포구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 전용면적 59㎡가 최고 14억4230만원에 공급됐다.이인혁/심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