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발표된 CBS 공개채용 아나운서 부문 최종합격자는 체육학과 출신이었다. 그동안 인문계 관련학과 출신 합격자가 많았기에 이례적이었다. 어떤 채용방식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체육학과 출신 아나운서 합격…CBS 첫 '블라인드 공채'
CBS 인재개발부 채용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면접에선 검정고시 출신도 올라올 수 있었다"며 "비록 합격을 하지 못했지만 블라인드 채용으로 편견을 배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CBS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블라인드 방식을 통해 공채 공고를 냈다. 그동안 KBS, EBS 등 공영방송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 왔지만, 민간방송으로서는 CBS가 처음이다. CBS는 서류심사, 필기, 면접의 각 전형단계에서 최종학교, 학점, 성별 등을 블라인드해서 평가를 진행했다. 다만, 기자·TVPD·엔지니어직은 어학성적(토익) 우수자를 우대했다. 관련 직무수행을 위해 어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류전형에서는 최종선발인원의 50배수, 필기시험은 10배수, 직무역량면접은 3~5배수를 선발했다.

블라인드 방식으로 어떻게 각 단계 전형을 할 수 있었을까?
우선 CBS는 뽑고자 하는 인재의 모습을 자기소개서 문항을 통해 물었다. 예를들면, 기자직의 경우 △왜 기사직무를 원하는가 △기자로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원직무를 위해 어떤 경험을 했으며, 어떤 역량이 있는가 △감영깊게 본 CBS기사는 무엇인가 △라디오PD가 10년후에도 지속될 것인가(PD직) 등을 질문 했다. 여기에 자기소개 동영상을 제작해 업로드 하도록 했다. CBS 인사담당자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지원자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력, 지원동기 등을 알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런 질문들은 구직자들 사이에 통하는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이 불가능했다. 그는 "지원자 자신에 대한 고민, 지원회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가 없으면 쉽게 작성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CBS는 각 단계별 평가요소는 채용진행전 실무자와 인사담당자들이 협의를 통해 사전 확정했다. 채용도중 '외부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필기시험은 객관식 종합교양(약술형 포함), 논술(기자·PD), 작문(PD·아나운서) 등을 평가했다. 논술 채점때는 지원자의 이름, 수험번호를 블라인드 처리했고, 지정된 장소·시간에만 채점을 하도록 제한했다.

이틀간 진행된 실무역량평가는 첫날 취재기사작성, 둘째날 15분 안팎의 심층면접을 했다. 평가에는 주니어, 데스크, 임금피크제를 앞둔 고참 선배까지 참여했다. 향후에는 실무역량평가 기간을 2주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중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회사 사장 등이 참여하는 임원면접에서도 지원자의 이름, 학교 등을 블라인드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CBS는 신입기자 4명, 경력기자 1명, TV·라디오 PD 각 1명, 엔지니어 2명, 부산지역 아나운서 1명 등 모두 12명을 선발했다.

CBS는 이번 채용에서 그 흔한 직무기술서를 공지하지 않았다. 직무기술서가 오히려 가능성 있는 지원자를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BS 인사담당자는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다양한 시각을 지닌 사람이 필요함을 느꼈다"며"자신의 성장을 통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지닌 인재를 뽑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CBS의 블라인드 채용 실험은 계속될까? 다가오는 6월 CBS사장 교체 등 임원진의 변동으로 지속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처음 도입된 블라인드로 평가위원들이 제기한 불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도 과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CBS 인사담당자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블라인드채용이 자칫 구직자들에게 각인되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다. 다만, 성장 가능성 높은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데 내부의견은 일치했다. CBS 인사담당자는 "채용은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며 "향후 채용과정에서 도덕적이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골라내기 위해 컨설팅업체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