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감독 신작 '낙원의 밤' 온라인 제작보고회

'신세계'(2012)로 한국형 누아르의 새 지평을 연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 속 잔혹하고 처연한 이야기"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던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던 이들을 잃은 범죄 조직의 에이스 태구(엄태구)가 배후 조직인 북성파의 마 회장에게 복수한 뒤 밀항하기 전 제주도로 은신한다.

그곳에서 유일한 혈육이자 무기상인 삼촌과 사는 재연(전여빈)을 만나고, 북성파의 이인자인 마 이사(차승원)이 태구를 쫓아 제주로 향한다.

박훈정 감독과 배우들이 촬영을 마치고 1년 만에 다시 제주를 찾았다.

2일 제주에서 생중계된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주연 배우 엄태구는 "대본을 봤을 때 주인공 이름이 태구로 되어 있어서 신기했고, '날 생각하고 쓰셨나?' 해서 영광이었다"며 "태구가 아니었어도 무조건 했겠지만, 신기해서 감독에게 물었다"고 영화와의 첫 만남을 감격스럽게 전했다.

박 감독은 "아니야"라고 즉답해 웃음을 선사했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 속 잔혹하고 처연한 이야기"
전여빈은 재연 역에 대해 "세상에서 잃을 게 없어 두려움도 없다.

무심하면서도 당당하고, 누군가에게 어필하려 하지 않고 존재로 서 있는 사람"이라며 "누아르는 주로 남성이 이끌지만, 재연은 이야기를 함께 이끌어간다"며 애정을 표했다.

마 이사를 연기한 차승원은 "이런 캐릭터(악역)가 가진 일반적인 속성을 살짝 벗어나 삶이 묻어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감독에게 이야기했다"며 "외형이나 내적인 것들 역시 내 나이와 감성에 맞게, 내 안의 것들이 녹아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과 처연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박 감독은 영화의 제목에 대해 "낙원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아이러니하게 대비되고,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픈 풍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제목을 지으면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며 "누아르는 특히 작품의 톤과 분위기가 중요한데, 제주만큼 내가 원하는 느낌을 낼 수 있는 장소를 국내에서는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 속 잔혹하고 처연한 이야기"
박 감독은 촬영 전 이미지들을 떠올리며 고민하고 있을 때, 촬영 감독이 보내준 사진 한 장을 보고 "금광을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사진은 밝은 달빛 아래, 거친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사진이었다.

실제 촬영도 해 질 녘이나 흐린 날에 주로 진행됐다.

박 감독은 "아름다운 제주 바다와 하늘을 담고 그 안에 핏빛으로 얼룩진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며 "배경과 스토리가 주는 아이러니함을 각각의 입장에서 흥미롭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밝혔다.

영화는 오는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