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부동산 대신 주식에 투자하라는 건 '넌센스'다"

2일 서울 연세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남우 교수는 주식에만 투자해야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반대한다고 했다. 오랜 기간 금융권에 몸담았지만 주식과 부동산의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다른 만큼 양쪽 모두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한국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식시장의 성과보다 부동산이 나았던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주식시장에는 좋은 기업이 계속 상장하지만 입지가 좋은 부동산은 공급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투자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부동산·주식 모두에 투자해야

이 교수는 30년 경험을 가진 국제금융 전문가다. 20대 후반에 JP모건 홍콩·아시아·태평양본부에서 부사장 겸 한국·일본·대만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미국 증권사인 메릴린치 한국 공동대표, 삼성증권 초대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평생을 금융업에 종사했지만 그는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 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에 양쪽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했다. 두 자산 모두 위험자산인데 성격이 달라 분산 투자했을 때 위험률은 낮추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한 책 '좋은주식, 나쁜주식'에서도 이같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그는 주식은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아 변동성이 크고, 그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고 설명했다. 대신 수익률은 부동산보다 높다. 부동산은 임대수익 비중이 높아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 강점이다. 여기에 레버리지를 활용해 장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은 더 높다. 이 교수는 "주식은 리스크가 커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안 되지만 부동산은 레버리지를 권하고 그렇게 해야 장기 수익률이 더 높다"며 "두 자산 모두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가 이를 증명하다고 했다. 일본을 포함한 16개 선진국에서 지난 1950년 이후 부동산과 주식의 수익률이 연평균 1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은 13%, 주거용 부동산은 12%였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성적이 더 좋았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 아파트 총 수익률은 8.5% 였다. 같은 기간 주식은 7% 상승했는데. 삼성전자를 빼면 3%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16% 올랐다. 그는 "좋은 종목을 고를 수 있다면 주식이 부동산 보다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부동산 공급 부족 심해질 것

이 교수는 중심지역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도 했다. 주식과 부동산의 차이는 좋은 기업은 계속 시장에 나오고, 상장되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뉴욕 멘하튼에서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콘도처럼 입지가 좋은 부동산은 더 늘어날 수가 없습니다. 반면 인도, 중국, 중동 등에서 새로운 부자들은 계속 늘어나죠. 소득 증가에 대비해서 수급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상승이란 뜻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봤다. 이 교수는 "한국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부동산이 계속 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산층 이상의 소득이 계속 증가하며 위치가 좋은 집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역시 주식보다 부동산으로 더 큰 돈을 벌었다고 했다. 2000년 외환위기 직후 모두 부동산을 끝났다고 말할 때였다. 그는 부동산이 저평가됐다고 보고 서울 압구정에 있는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는 거주와 함께 투자를 염두에 두고 한 결정"이라며 "장기보유하면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30 젊은이들에게도 불안해 하지말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라고 했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집을 사는 것도 젊어서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나 역시 20~40대에는 경제생활을 하며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이때 레버리지를 내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모험적인 방식으로 살았다"며 "50대 후반인 지금은 모든 부채를 갚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서울에서 제일 좋은 지역에 집을 못산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20대 후반 결혼해 첫 신혼집은 전세를 살았고 이후 신도시에 청약으로 첫 아파트를 구입했다"며 "원래 그렇게 집을 키워가는 것이니 조바심을 가질 필요없고, 서울 외곽에서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한남동 아파트다. 이 집을 고를때는 '3L'을 고려했다. 첫번째 L은 입지(location)다. 일하고 있는 연세대와 가깝고, 강남도 다리만 건너면 되고, 공항,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은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구조(layout)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남향에 모든 방에 빛이 잘 들어오는 집을 찾았다. 또 거실과 부엌이 열린 구조로 가족들이 소통할 수 있는 지 살폈다. 풍경(landscape)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단지에 충분히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바로 뒤에 매봉산이 있다"며 "아내와 죽을때까지 여기 살자고 말할만큼 집이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집에 갖추고 싶은 구성품은 큰 그림, 화초, 가족 사진 이라고 했다. 그는 "가구보다 그림이 집의 색채를 만드는데 더 중요하다"며 "그림과 화초 등이 어우러져 그 집만의 색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집이란 '가족와 함께 하는 공간'이다. 가족사진을 놓고 싶은 것도 가족의 역사, 기억을 보관하기 위해서다. 그는 "집은 가족이 떨어져 있든 같이 살고 있든 함께 하는 공간이 돼야한다"며 "과거의 기억 뿐 아니라 현재 가족 생활의 중심이 집이 돼야한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