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 붐을 일으켰던 ‘한류’ 열풍이 식고 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찾는 팬들은 줄고 있고,도쿄 등의 한국 식당가를 찾는 일본인 고객들의 발길이 끊겨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류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시들해진 반면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주요 신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활약하는 한국 기업들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지난달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 발표 때 신문은 물론 방송들도 큰 관심을 갖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특검 수사로 삼성 브랜드가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일본 전자업체들이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전했다.실제로 소니 마쓰시타 도시바 샤프 등 일본 전기전자 업체들은 최근 합종연횡해 반도체와 슬림형 TV 등의 분야에서 한국 업체에 대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이와관련,일본 식자층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아사히신문은 지난 6일 국제면 톱기사로 ‘한국인의 해봤어 정신’이라는 분석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해봤어’는 시작하기 전부터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원래 이 단어는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이 즐겨 사용했으며 현대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도 애용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또 ‘해봤어’ 정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현대중공업과 포스코를 들었다.지난해 조선 수주량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바다가 아닌 땅 위에서 배를 건조하는 상식을 깬 ‘육상 건조’ 방식을 도입해 대성공을 거뒀다.
포스코도 작년 봄부터 분광석과 일반탄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신형 고로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생산 코스트를 크게 낮췄다.기존 고로에 비해 생산 비용을 15%이상 줄여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
일본 기업들이 휩쓸던 조선 철강은 물론 자동차 반도체 등 각종 산업 부문에서 한국기업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은 ‘해봤어’ 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해봤어’ 정신에는 철저한 사전 준비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의미도 들어있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강제로 추진할 경우 부작용도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들이 ‘배수의 진’을 치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시장 개척에 나서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해봤어’의 방향이 크게 그릇된 방향일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실패를 맛볼 수 있다는 충고였다.
특히 한국 산업화 과정에서 ‘압축 성장’을 몸소 체험한 이 대통령이 ‘해봤어’ 정신을 무리하게 강요할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정권이 출범한지 2달이 넘었지만 아직 제궤도를 찾지 못했다는 감을 지을 수 없다.미국 등 세계경제 둔화 등 해외 경제 여건도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정책 담당자들이 조급증을 갖지 말고 차근차근 당면 현안에 대처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