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잇는 KBS·tvN·JTBC…"각박한 시대 반영한 새드엔딩도 눈길"
K드라마 '자양분' 단막극, 올해 테마는 기술·가족·사랑
세계로 뻗어나가는 K드라마의 자양분이 되는 단막극들이 올해도 안방극장에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지난해 말 10주년을 맞은 KBS 2TV '드라마 스페셜'에 이어 최근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스테이지'와 JTBC '드라마 페스타'를 통해 신인 작가들이 기술, 가족, 사랑을 키워드로 내세운 작품을 선보이면서 짧은 시간에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시작한 tvN의 '드라마 스테이지 2021'은 '우리에게 곧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주제인 만큼 10개의 작품에서 단연 기술이라는 테마가 돋보였다.

K드라마 '자양분' 단막극, 올해 테마는 기술·가족·사랑
새로운 형벌 제도로 도입된 가상범죄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규칙적으로 살해당하는 범죄자의 이야기를 그린 '더 페어', 유전자 검사로 사랑의 유통기한을 알 수 있는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러브 스포일러',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인공지능(AI) 상담원과 경쟁하는 콜센터 상담원의 투쟁을 그린 '박성실 씨의 사차 산업혁명'이 대표적이다.

불법 촬영과 디지털 장의사를 소재로 한 'EP. 안녕 도로시', 가짜 금수저의 삶을 영위하던 인플루언서의 처절한 거짓말을 그린 '관종', 고장 난 MRI 기계에 들어갔다가 20대 청년이 되어 나온 57년생 중년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민트 컨디션'도 그 연장선에 있다.

지난 15일 첫선을 보인 JTBC '드라마 페스타'는 가족을 주제로 한 두 개의 작품을 내세웠다.

결혼식 당일에 사라진 신랑을 찾기 위해 떠난 엄마와 딸의 여정을 그린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가 방송됐고 잃어버린 아이를 11년 만에 되찾은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아이를 찾습니다'가 다음주 시청자들을 만난다.

K드라마 '자양분' 단막극, 올해 테마는 기술·가족·사랑
tvN에서도 실종된 지 5년 만에 돌아온 자신에게 '다시 죽어달라'고 요청하는 가족들을 만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덕구이즈백', 사람보다 느린 좀비들이 생겨난 세상에서 좀비보다 느린 임산부들의 험난한 출산기 '산부인과로 가는 길' 등을 통해 가족이라는 테마를 다룬다.

지난해 연말 방송됐던 KBS 2TV '드라마 스페셜 2020'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남편의 친구,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두 남녀의 위험한 로맨스를 그린 '크레바스',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첫사랑을 7년 만에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백하지 않는 이유', 전 남친 두 명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된 여자의 직장 생활을 담은 '연애의 흔적'이 대표적이다.

K드라마 '자양분' 단막극, 올해 테마는 기술·가족·사랑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몇 년 사이 단막극에서 해피엔딩보다는 우울한 결말이 많이 보인다"며 "점차 각박해져 가는 시대상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박성실 씨의 사차 산업혁명'에서 인간은 기계에 패배하고, '관종'도 끝까지 거짓된 태도를 일관하는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기도 했다.

공 평론가는 "이러한 단막극들이 시리즈 극처럼 흥행할 가능성은 작지만, 단막극은 드라마 분야에서 큰 나무를 길러낼 수 있는 씨앗 같은 역할을 한다"며 "배우, 작가, 연출 모두에서 신인을 육성해내고 드라마의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