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넘어 대출 안돼, 내 집에 입주 못해요" 집주인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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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리즘
전세보증금 돌려줄 돈 없고
분양 단지도 잔금대출 안돼
전세보증금 돌려줄 돈 없고
분양 단지도 잔금대출 안돼
서울 마포구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곽모씨(40)는 전세를 놓았던 본인 집에 들어가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2019년 ‘12·16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비롯한 모든 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 내줄 보증금 5억원을 마련할 방도가 없어졌다. 곽씨의 아파트 시세는 전세를 놓을 당시 10억원이었으나 지금은 15억원을 훌쩍 넘는다. 곽씨는 “시세가 올랐다는 이유로 내 집에 내가 살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16일 부동산 및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규제로 선의의 피해자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에는 담보인정비율(LTV) 0%를 적용하기로 했다. KB와 한국부동산원 시세 둘 중 하나라도 15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규제 시행 직후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감소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기존 시세 15억원 이하 아파트들도 속속 ‘대출 금지선’을 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발(發) 금리 인하와 각종 부동산 대책 실패로 인한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부동산시장을 덮치면서 강북권 중소형 아파트까지 15억원을 넘기는 경우가 늘어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124만 가구 중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26만7013가구(20.78%)로 조사됐다.
대출이 나오지 않을까봐 본인 소유 집값이 오르지 않기만을 바라는 웃지 못할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를 14억원에 계약한 김모씨(43)는 잔금을 치르기로 한 6개월 뒤 시세가 15억원을 넘을까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통상 잔금을 치르기 한두 달 전 은행 대출 심사에 들어가는데 본인이 계약한 가격이 15억원을 넘지 않았더라도 단지 내 다른 주택 거래 등의 영향으로 시세가 올라가면 대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로또 분양’으로 관심을 모은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아파트 일부 대형 주택형 수분양자들은 인근 시세를 고려했을 때 입주 시 15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 잔금 대출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P2P(온라인 개인 간 대출 중개)나 대부업체 대출까지 손대는 경우도 있다. 통상 연 8~10%가 넘는 고금리로 대부업 대출을 받아 일단 등기를 마치고, 3개월이 지나면 금리가 좀 더 낮은 상호금융권 사업자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면서 담보물건을 아파트로 잡는 형식으로 LTV 규제를 우회하는 일종의 편법이다. 한 대출상담사는 “대부업은 금리가 높아 신용점수에 영향이 있지만 신용대출까지 막힌 상황에서 급한 집주인들이 이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5억원 대출 규제가 있어 고가 아파트 상승폭이 잡힌 효과가 있기는 했다”면서도 “선의의 피해자를 위해 기준을 조정하거나 예외 규정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16일 부동산 및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규제로 선의의 피해자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에는 담보인정비율(LTV) 0%를 적용하기로 했다. KB와 한국부동산원 시세 둘 중 하나라도 15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규제 시행 직후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감소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기존 시세 15억원 이하 아파트들도 속속 ‘대출 금지선’을 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발(發) 금리 인하와 각종 부동산 대책 실패로 인한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부동산시장을 덮치면서 강북권 중소형 아파트까지 15억원을 넘기는 경우가 늘어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124만 가구 중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26만7013가구(20.78%)로 조사됐다.
대출이 나오지 않을까봐 본인 소유 집값이 오르지 않기만을 바라는 웃지 못할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를 14억원에 계약한 김모씨(43)는 잔금을 치르기로 한 6개월 뒤 시세가 15억원을 넘을까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통상 잔금을 치르기 한두 달 전 은행 대출 심사에 들어가는데 본인이 계약한 가격이 15억원을 넘지 않았더라도 단지 내 다른 주택 거래 등의 영향으로 시세가 올라가면 대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로또 분양’으로 관심을 모은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아파트 일부 대형 주택형 수분양자들은 인근 시세를 고려했을 때 입주 시 15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 잔금 대출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P2P(온라인 개인 간 대출 중개)나 대부업체 대출까지 손대는 경우도 있다. 통상 연 8~10%가 넘는 고금리로 대부업 대출을 받아 일단 등기를 마치고, 3개월이 지나면 금리가 좀 더 낮은 상호금융권 사업자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면서 담보물건을 아파트로 잡는 형식으로 LTV 규제를 우회하는 일종의 편법이다. 한 대출상담사는 “대부업은 금리가 높아 신용점수에 영향이 있지만 신용대출까지 막힌 상황에서 급한 집주인들이 이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5억원 대출 규제가 있어 고가 아파트 상승폭이 잡힌 효과가 있기는 했다”면서도 “선의의 피해자를 위해 기준을 조정하거나 예외 규정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