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 영흥도 의식해 초반에만 강경대응하다 '눈치보기' 지적
옹진군 "계속 반대 입장이지만 당장 할 수 있는 대응 제한적"
영흥도 매립지 결사반대하던 옹진군수 '돌연 침묵' 이유는(종합)
2025년부터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인천 자체 폐기물 매립시설의 최종 후보지가 최근 영흥도로 확정됐지만, 그동안 군수가 단식 농성까지 하며 반발하던 관할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옹진군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정민 옹진군수가 지난 선거 때 자신의 표밭이던 영흥도를 의식해 초반에는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이후 같은 당 소속인 박남춘 인천시장과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우는 데 부담을 느끼고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인천시와 옹진군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일 옹진군 영흥면 외리 일대에 신규 폐기물 매립시설인 '인천에코랜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2년 이후 30년 가까이 서울과 경기 지역의 쓰레기를 함께 처리한 수도권매립지를 2025년부터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인천시는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까지 계속해서 인천이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인천시가 지난해 11월 지역 자체 신규 폐기물 매립시설이 들어설 후보지로 영흥도를 선정해 발표하자 옹진군은 즉각 반발한 바 있다.

장 군수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도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수도권 혐오 시설의 전초기지가 됐고 고통과 희생을 견디고 있다"며 "인천의 전체 쓰레기 배출량 가운데 1% 미만의 비율을 차지하는 옹진군이 모든 쓰레기를 감당하는 게 정당한 정책이냐"고 인천시에 되물었다.

이어 "옹진군과 협의 없이 추진된 인천시의 자체 매립지 후보지 발표를 결사적으로 반대한다"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이후 장 군수는 인천시가 계획을 철회하지 않자 시청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1주일가량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옹진군은 최근 인천시가 신규 폐기물 매립시설이 들어설 최종 후보지로 영흥도를 확정해 발표했는데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처럼 기자회견을 열거나 보도자료를 통한 입장 설명은 전혀 없었다.

장 군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관련 글은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영흥도 매립지 결사반대하던 옹진군수 '돌연 침묵' 이유는(종합)
이번에 인천시가 제2 영흥대교 건설 등을 추가로 약속했지만 옹진군이 요구한 '영흥도∼송도 해저터널' 건설은 혜택에서 빠져 있어 장 군수가 단식농성할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니다.

반면 영흥도 주민들로 구성된 반대 투쟁위원회는 인천시의 최종 발표에 반발하며 계속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했고, 옹진군의회도 "영흥도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한 어조로 반대 성명을 냈다.

옹진군 관계자는 "우리 입장은 계속 반대"라면서도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별도의 입장 발표는 하지 않았다"고만 설명했다.

옹진군 안팎에서는 장 군수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때 경쟁 후보보다 2배가량 많은 표를 찍어준 영흥도를 의식해 초반에는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 시장과 계속 대립하긴 어렵다고 보고 침묵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장 군수는 고향인 백령도에서는 경쟁 후보에 300표가량 뒤졌으나 영흥도에서만 1천200표를 받아 600표를 얻은 경쟁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장 군수가 박 시장과 같은 당인데 계속 반대하기에는 눈치가 보일 것"이라며 "영흥도 주민과 인천시 사이에서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강하게 영흥도 매립지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옹진군이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영흥도 쓰레기 매립지 반대 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옹진군도 상위기관인 인천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계속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종 발표 이후에도 옹진군에서 아무런 입장이 나오지 않으니 주민들도 언제까지 '결사반대'를 해야 할지 정리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장 군수는 이날 연합뉴스 보도 후 지난 4일 작성했다며 옹진군 입장이 담긴 문서를 뒤늦게 공개했다.

문서에는 '옹진군은 4개월동안 힘든 투쟁을 해온 영흥면 주민들 입장과 같이 영흥 후보지 지정 철회를 주장한다'면서도 '다만 영흥 주민들이 인천시가 제시한 제2 영흥대교 건설 등에 동의하면 인천시의 친환경 자원순환정책에 동참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옹진군 관계자는 "담당 부서조차 전혀 모르는 문서"라며 "군수와 일부 직원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영흥도가 최종 후보지로 확정된 지난 4일 이후 우리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