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주변시세 90% 반영"…공급 늘고 청약 경쟁률 하락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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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수익성 올라가면 물량↑
분양가 대폭 오르는 건 부담
'당첨=로또' 공식 깨지면
실수요자엔 되레 기회될 수도
분양가 대폭 오르는 건 부담
'당첨=로또' 공식 깨지면
실수요자엔 되레 기회될 수도

분양가 책정, 주변 시세 90%까지 반영
HUG는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을 통해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주변 시세의 85~90%를 상한으로 고려 △입지와 단지 특성에 따라 비교 사업장 선정 △분양가 심사 기준 공개 등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지방광역시와 같은 조정대상지역이 HUG의 고분양가 심사 대상이다. 서울 일부 자치구와 경기 과천, 광명, 하남 등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은 제외한다.
이번 개선안으로 일부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의 분양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에서 아파트 2만2948여 가구가 공급된다. 부산에서 총 9개 단지, 7618가구가 공급돼 가장 많다. 이 중 일반 분양 물량은 3867가구다. 대구에는 총 11개 단지, 7436가구가 들어선다. 울산은 2016가구(2개 단지), 광주는 3667가구(11개 단지), 대전은 2211가구(3개 단지)가 각각 공급을 준비 중이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의 첫 적용 단지는 대구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대구 남구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이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 전 마지막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명동 221의 1 일원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지하 4층~최고 49층, 5개 동 규모다. 861가구(전용 84~150㎡)가 모두 일반 분양된다.
공급 물량 늘고 청약 경쟁률 하락하나
부동산 전문가는 HUG가 고분양가 산정 방식을 바꿔 분양가격이 상승하면 청약 경쟁률은 다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슷해지면 청약 당첨은 곧 ‘로또’가 되는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서다.예컨대 서울 은평구 녹번동은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라 HUG의 고분양가 산정 방식의 통제를 받는다. 녹번동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 84㎡의 시세는 13억원 수준이다. 건설사가 이곳에서 분양하면 시세의 최고 90% 수준인 11억7000만원까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도 나오지 않아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예비 청약자만 당첨을 노릴 수 있어 경쟁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일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서는 서울보다 분양가격이 높아지는 분양가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점도 청약 경쟁률 하락의 또 다른 이유다. 분양가격이 높아지면 조합 및 개발업체의 수익성이 높아져 분양을 서두를 수 있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자체 분양 사업인 경우 분양가격이 오르는 만큼 건설사의 수익이 늘어난다”며 “가능하면 더 많이 공급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가 산정 기준을 공개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 데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소장은 “HUG는 어느 단지를 비교로 삼는지 가르쳐주지 않아 사업의 불확실성이 컸다”며 “이제는 분양가격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고 예측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청약을 노리는 수요자로서는 높아진 분양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에서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이점”이라면서도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완화 정책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