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쿠팡의 경영 실적이 공개됐다. 쿠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매출을 늘리고 적자를 줄이는 등 실적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소비 확대로 충성 소비자를 잡아두는 ‘록인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쿠팡의 '록인 전략'…작년 매출 90% 늘어 13조
지난 12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 신고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약 13조2508억원(119억6734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62억7326만달러)보다 90.8% 늘어난 규모다. 국내 e커머스 업체 중 단연 눈에 띄는 성장세다. 최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11번가, 위메프는 매출이 소폭 늘거나 감소했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도 40% 안팎 증가해 쿠팡에 미치지 못했다.

적자 규모도 확 줄었다. 쿠팡은 전년 약 7205억원이던 영업손실을 5842억원(5억2773만달러)으로 감축했다. 2018년 1조1279억원에서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지난해 쿠팡이 코로나19 사태로 연간 기준 5000억원의 방역 비용을 치른 점을 고려하면 영업으로 인한 적자는 산술적으로 842억원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영업손실률도 4.4%로 전년(10.1%)보다 크게 개선됐다. ‘적자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를 듣던 2015년(48.2%)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창출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약 3338억원(3억155만달러)으로 3억달러 이상 손실을 낸 전년보다 6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이 쿠팡에서 돈을 많이 썼다는 의미다.

유료 회원제 서비스 ‘로켓와우’가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쿠팡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쿠팡에서 제품을 산 적이 있는 ‘활성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485만 명으로 전년(1179만 명) 대비 25.9%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8.7% 수준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