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그는 “임성근 부장판사님께 죄송하다”며 “만난 지 9개월 가까이 지나 제대로 기억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임 부장판사 탄핵 논의를 고려해 사표를 반려한 적이 없다”고 해명해 왔지만 이날 임 부장판사에게 “(사표를)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과 거짓 해명 논란에 공개 사과했다.김 대법원장은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퇴근길 기자들과 만나 "오늘 국회에서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 절차가 이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관 탄핵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앞서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임 판사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찬성 179표·반대 102표·기권 3표·무효 4표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 녹취록 공개 관련 '거짓 해명 논란'과 관련해선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님과 실망을 드린 모든 분을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부장판사와) 만난 지 9개월 가까이 지나 기억이 희미했다"며 "두 사람 사이에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눠서 제대로 기억을 못 했다"고 해명했다.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국회의 탄핵 논의를 막는다는 비난을 우려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전날 김 대법원장이 정치권의 탄핵 논의를 의식해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대법원장은 '탄핵'과 관련해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다만 이후 임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 때문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임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당시 사표를 제출한 임 부장판사에게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이같이 말했다.그러면서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과 '향후 거취 표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퇴근했다.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 국회 의결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에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김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에 "국회의 탄핵 소추가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헌정사에서 처음이다.법관 탄핵 시도는 헌정사상 두 번 있었으나 모두 불발됐다. 1985년 12대 국회는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부결됐고, 2009년 18대 국회에선 광우병 촛불집회 개입 의혹과 관련해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나 자동 폐기됐다.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 발언과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 법원 밖에서조차 “김 대법원장이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저버렸다”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사의를 밝혔지만, 김 대법원장은 사표를 수리할 경우 국회에서 탄핵을 추진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려한 것으로 드러났다.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피하고자 사표를 받지 않았다”며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데 관심이 없고, 자신의 안위만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김 대법원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을 무시하고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이는 위헌적인 발상으로, 김 대법원장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당초 ‘탄핵 발언’ 의혹이 제기되자 김 대법원장이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거짓말을 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일단 무조건 잡아떼다가 나중에 증거(녹취록)가 나오니 말을 바꾸는 것은 사법부 수장이 보일 모습이 아니다”며 “앞으로 국민들이 법원 판결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김 대법원장이 국회 탄핵 논의를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받지 않은 것은 직권을 남용해 (임 부장판사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범죄 소지가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인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는 이날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김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