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8량화' 사업비만 2700억원
28일 지하철 9호선 1단계 운영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대한교통학회에 의뢰해 작성한 '9호선 혼잡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량 열차로 운영되던 9호선을 8량 열차로 전면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사업비는 27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호·통신 설비 등을 증설하고, 차량 기지를 확장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전력 소모량과 인건비 등 열차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도 연간 119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하지만 8량 열차 도입에 따른 편익은 투자 비용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40년 운영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투자 비용은 3396억원에 달하지만 이를 통해 얻는 편익은 605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적 타당성(B/C)은 0.18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철도사업은 B/C가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어 추진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8량으로 열차를 늘리면 단순히 열차를 이어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열차 운영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모두 손봐야 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열차 대기시간이 줄어들고, 열차 내 쾌적도가 높아지는 등 시민들이 얻게 되는 직간접적인 편익을 고려하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6량 열차 증설로 혼잡도 해소"
서울시가 8량 열차 도입을 추진한 이유는 지난해 말 기존 4량 열차를 모두 6량 열차로 교체했지만 출퇴근 시간 지하철 9호선이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따르면 28일 출퇴근시간 지하철 9호선 염창-동작 구간 급행열차의 혼잡도는 15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혼잡도 150%는 승차정원이 100명이 공간에 150명이 타고 있다는 의미로 열차 내 이동이 불가능한 수준이다.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곡소사선과 신림경전철, 신안산선 등 9호선 연계 노선이 줄줄이 개통을 기다리고 있는 데다, 2028년 9호선 4단계(보훈병원~고덕강일지구) 연장도 예정돼 있어서다.
서울시는 경제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8량화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6량 열차를 증차해 열차 혼잡도를 해소할 계획이다. 6량 열차를 늘려 배차 간격을 줄이면 제반 시설 개량 없이도 열차 혼잡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6량 열차 증차는 8량 열차 도입과 비교해 열차 운영의 효율성도 높다. 승객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만 열차를 촘촘하게 배치하는 등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해서다.
서울시는 우선 2023년까지 6량 열차 다섯 편을 증차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시는 9호선에 45편의 열차를 투입하고 있다. 9호선이 인천국제공항까지 연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에 네 편, 2028년 9호선 4단계 개통 시기에 세 편을 증차하는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9호선은 6량 열차를 최대 84편까지 편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열차가 84편으로 늘어나면 출근시간 9호선 급행열차의 혼잡도가 123.9%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