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려 집 파는 고위공직자들의 재테크 잔혹사 [전형진의 복덕방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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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법적 '1주택 강권'에 울며 겨자먹기 매각
매각 후 시세 급등하거나 규제 유탄 맞기도
매각 후 시세 급등하거나 규제 유탄 맞기도
정부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1주택 유지’를 강권한 뒤로 곳곳에서 웃지 못할 사연이 늘고 있습니다. 서둘러 팔자마자 집값이 크게 뛴다거나, 겹겹이 싸인 규제 때문에 매각 자체가 안 돼 곤경에 처한 분들의 소식이 속속 들려옵니다. 정부 정책에 앞장서 따랐지만 한 개인에겐 비극이 된 거죠.
지난주 가장 화제가 됐던 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전세 난민이 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서울 마포에 전셋집을 얻어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겠다며 퇴거를 요청한 거죠.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황을 감안하면 새로 이사갈 집을 두세 달 안에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줄 서서 전셋집을 보는 풍경에 홍 부총리의 사진이 합성되기도 했죠.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의 과속 입법 부작용을 톡톡히 치르는 셈입니다.
사실 홍 부총리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주택자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 의왕의 집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규제가 다시 발목을 잡은 거죠. 소유권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입자가 전 집주인인 홍 부총리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하는 바람에 실입주할 예정이던 새 집주인이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입니다. 이런 경우엔 그대로 전세 만기가 연장돼야 한다는 게 얼마 전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기도 했죠. 의왕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바람에 대출이 막힌 것도 이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처한 이유입니다.
그럼 다른 집을 팔면 되지 않느냐고요? 홍 부총리의 다른 집은 세종에 있는 아파트 분양권입니다. 하지만 이전기관 특별공급으로 분양을 받은 탓에 전매제한(당시 3년)이 있습니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인 거죠. 만약 이 아파트가 준공된 이후 새 매수인을 구해 의왕 집을 처분하더라도 2주택 양도세 중과세율(최고 52%)이 적용됩니다. 정부가 3년여 동안 내놓은 온갖 부동산 규제를 홍 부총리가 온몸으로 맞는 것이죠. 홍 부총리는 주례 부동산관계부처장관회의의 좌장이기도 합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야기도 웃지 못할 사연입니다. 진 장관은 원래 용산 아파트 입주권과 오피스텔, 대치동 아파트를 합쳐 3주택자였습니다. 대치동 아파트를 매각한 뒤 용산 아파트가 준공됐습니다. 오피스텔은 임대수익용이기 때문에 조금 관대하게 보자면 1.5주택 정도의 상황이 됐죠. 그런데 진 장관은 대치동 아파트를 팔면서 남겼던 20억원 차익의 상당 부분을 날렸습니다. 지난 2월 하필이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거죠. 아시는 것처럼 이 펀드는 환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부동산을 더 매입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과연 진 장관이 대체 투자처를 찾았을까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사례는 어떨까요. 먼저 은 위원장은 잠원동과 세종에 아파트를 소유한 2주택자였습니다. 이 가운데 세종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1주택자가 됐습니다. 문제는 은 위원장이 매각한 시점이 7월이었다는 거죠. 세종 아파트값은 올여름 주간 기준 역대 최고 상승률(2.95%)을 기록하면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랐습니다. 7월 이후 현재까지의 상승률이 19.35%입니다. 정부가 통계의 신뢰도가 높다고 주장했던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말이죠.
김 전 장관 역시 다주택 논란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대치동 아파트를 매각했습니다. 2년 전 전용면적 94㎡를 23억7000만원에 팔았는데요. 이 아파트는 바로 국내 일반 아파트 가운데선 두 번째로 3.3㎡당 1억원을 기록한 ‘래미안대치팰리스’입니다. 김 전 장관이 매각한 주택형의 마지막 거래가격은 지난 8월 기준 32억7000만원이고요. 반대로 잠실 아파트 ‘매각 시늉’ 논란에 휩싸여 청와대를 떠났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집값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특수로 오히려 수억원이 올랐죠.
누가 재테크를 잘했나 못했나를 따지기 위해 이 글을 쓴 건 아닙니다. 다주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초법적 발상이 이 같은 비극 아닌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례에서 열거한 장관들도 모두 짧다면 짧은 고위공직자이기 이전에 한 개인이니까요.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지난주 가장 화제가 됐던 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전세 난민이 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서울 마포에 전셋집을 얻어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겠다며 퇴거를 요청한 거죠.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황을 감안하면 새로 이사갈 집을 두세 달 안에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줄 서서 전셋집을 보는 풍경에 홍 부총리의 사진이 합성되기도 했죠.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의 과속 입법 부작용을 톡톡히 치르는 셈입니다.
사실 홍 부총리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주택자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 의왕의 집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규제가 다시 발목을 잡은 거죠. 소유권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입자가 전 집주인인 홍 부총리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하는 바람에 실입주할 예정이던 새 집주인이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입니다. 이런 경우엔 그대로 전세 만기가 연장돼야 한다는 게 얼마 전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기도 했죠. 의왕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바람에 대출이 막힌 것도 이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처한 이유입니다.
그럼 다른 집을 팔면 되지 않느냐고요? 홍 부총리의 다른 집은 세종에 있는 아파트 분양권입니다. 하지만 이전기관 특별공급으로 분양을 받은 탓에 전매제한(당시 3년)이 있습니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인 거죠. 만약 이 아파트가 준공된 이후 새 매수인을 구해 의왕 집을 처분하더라도 2주택 양도세 중과세율(최고 52%)이 적용됩니다. 정부가 3년여 동안 내놓은 온갖 부동산 규제를 홍 부총리가 온몸으로 맞는 것이죠. 홍 부총리는 주례 부동산관계부처장관회의의 좌장이기도 합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야기도 웃지 못할 사연입니다. 진 장관은 원래 용산 아파트 입주권과 오피스텔, 대치동 아파트를 합쳐 3주택자였습니다. 대치동 아파트를 매각한 뒤 용산 아파트가 준공됐습니다. 오피스텔은 임대수익용이기 때문에 조금 관대하게 보자면 1.5주택 정도의 상황이 됐죠. 그런데 진 장관은 대치동 아파트를 팔면서 남겼던 20억원 차익의 상당 부분을 날렸습니다. 지난 2월 하필이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거죠. 아시는 것처럼 이 펀드는 환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부동산을 더 매입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과연 진 장관이 대체 투자처를 찾았을까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사례는 어떨까요. 먼저 은 위원장은 잠원동과 세종에 아파트를 소유한 2주택자였습니다. 이 가운데 세종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1주택자가 됐습니다. 문제는 은 위원장이 매각한 시점이 7월이었다는 거죠. 세종 아파트값은 올여름 주간 기준 역대 최고 상승률(2.95%)을 기록하면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랐습니다. 7월 이후 현재까지의 상승률이 19.35%입니다. 정부가 통계의 신뢰도가 높다고 주장했던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말이죠.
김 전 장관 역시 다주택 논란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대치동 아파트를 매각했습니다. 2년 전 전용면적 94㎡를 23억7000만원에 팔았는데요. 이 아파트는 바로 국내 일반 아파트 가운데선 두 번째로 3.3㎡당 1억원을 기록한 ‘래미안대치팰리스’입니다. 김 전 장관이 매각한 주택형의 마지막 거래가격은 지난 8월 기준 32억7000만원이고요. 반대로 잠실 아파트 ‘매각 시늉’ 논란에 휩싸여 청와대를 떠났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집값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특수로 오히려 수억원이 올랐죠.
누가 재테크를 잘했나 못했나를 따지기 위해 이 글을 쓴 건 아닙니다. 다주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초법적 발상이 이 같은 비극 아닌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례에서 열거한 장관들도 모두 짧다면 짧은 고위공직자이기 이전에 한 개인이니까요.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