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지분 '0%'인데…사익편취 도구라는 정부
학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배"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보면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대기업의 자회사(지분율 50% 이상)가 포함됐다. 해당 기업은 지난 5월 기준 358곳으로 삼성카드 팬오션 등 대기업 핵심 계열사가 대거 들어 있다. 이들 기업은 계열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 등으로 거래하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된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과잉 규제란 비판이 나온다. 358곳 중 315곳(88%)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0%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10%를 넘는 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다. 총수일가에 부당이익을 제공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업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27일 “‘총수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통해 부당이익을 거두는 행위를 규제한다’는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358개 기업의 내부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규제 만능주의 사고’라고 평가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내부거래에 편견을 갖고 사전 규제부터 도입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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