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일자리부터 지키자"…산업계 '임금동결 바람' 부나
현대차 노사, 11년 만에 임금 동결
현대차 노동조합은 조합원 4만9598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한 결과 4만4460명(89.6%)이 투표해 2만3479명(52.8%)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합의안은 임금(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19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을 담고 있다. 이번 가결로 노사는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게 됐다. 현대차 임금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에 이어 세 번째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을 선택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9.5%(6085억원) 줄었다. 1~8월 차량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4%(61만1026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자리부터 지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미국 GM, 프랑스 르노, 독일 BMW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수만 명씩 인력 감축에 나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국내 생산물량 연간 174만 대 이상 유지, 재직자 고용 안정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앞서 비집행부 노조원 일부가 기본급 동결에 불만을 품고 부결 운동을 벌였지만 오히려 울산공장 등 현장 근로자 상당수가 임금동결을 받아들였다. 전체 찬성률은 약 53%였지만 울산과 아산, 전주공장 노조원의 찬성률은 60%를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반복돼온 노사 교섭 장기화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합의안을 부결시켜도 조합원들로선 더 얻을 게 없다는 현실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아차 급물살 기대, 한국GM은 난항
앞서 만도, 포스코 등이 올해 임금 동결에 합의한 데 이어 현대차 노조도 임금 동결을 선택하면서 완성차는 물론 산업계 전반의 단체교섭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차 노조의 최대 관심사도 일자리 지키기다. 업계에선 기아차 임금협상이 통상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됐던 만큼 현대차 노조의 이번 투표 결과가 기아차 교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차 역시 노조 집행부가 추진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입이 일반 노조원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실리를 챙기려는 모습이 뚜렷하다.완성차업계에서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곳은 한국GM이다. 노조 집행부가 이달 초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80%가 찬성한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간 쟁의 조정을 중지하면서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했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이 성과급 등을 더 인상하지 않으면 파업까지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는커녕 작년 임금협상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물적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원 1400여 명 징계 문제와 손해배상 소송 등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지난해 5월 시작한 협상이 1년4개월 넘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23일 부분 파업을 벌이는 등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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