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가 국제무역 규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15일(현지시간) 판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에 제동을 건 것으로, 미국은 즉각 WTO의 중국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했다. WTO의 이번 결정이 미·중 갈등을 더욱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WTO에서 1심 역할을 하는 패널은 이날 미국이 2340억달러(약 276조1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에 대해 국제무역 규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패널은 해당 관세가 중국 제품에만 적용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무역 관행에서 벗어나 무리한 조치를 했다는 판단을 처음으로 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WTO의 이번 판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 이미 WTO의 상소기구를 무력화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만큼 판결의 의미가 작다는 얘기다. WTO 분쟁 해결은 2심제로 이뤄진다. 2심에 해당하는 상소기구는 현재 정족수 부족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상소기구에서 심리는 사건당 3명의 상소위원이 담당하는데, 미국 측이 상소위원 임명을 거부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WTO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이 WTO를 이용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재임 기간 내내 WTO를 비난하면서 탈퇴 가능성을 내비쳐온 트럼프 대통령이 WTO와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방위로 충돌해온 미·중 갈등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WTO 결정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p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