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셀토스, 르노삼성 XM3,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각축을 벌이던 국내 소형 SUV 시장에 수입차들이 뛰어든다. 사진=기아차
기아차 셀토스, 르노삼성 XM3,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각축을 벌이던 국내 소형 SUV 시장에 수입차들이 뛰어든다. 사진=기아차
올해 상반기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하반기에도 질주를 이어간다.

특히 상반기 국산차들이 각축을 벌였다면 하반기는 수입차들도 대거 경쟁에 합류해 더욱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소형 SUV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9% 증가한 14만5573대를 기록했다. 5사의 전체 SUV 판매량 31만534대의 38.8%도 소형 SUV였다. SUV를 구매한 사람 3명 가운데 1명은 소형 SUV를 골랐다는 의미다.

성장하는 소형 SUV 시장…국산차 경쟁력 강화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4년만 하더라도 연 3만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쌍용차 티볼리, 현대차 코나, 기아차 셀토스 등이 연이어 출시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소형 SUV 연간 판매량은 20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올해도 월 평균 2만4000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연 30만대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년 만에 10배에 달하는 성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 소형 SUV 시장은 지난해 출시돼 왕좌를 차지한 기아차 셀토스와 이에 도전하는 르노삼성 XM3,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가 각축을 벌였다. 하반기에는 국내외에서 경쟁 모델이 쏟아진다. 현대차는 상품성을 개선하고 N라인을 추가한 '더 뉴 코나'를 내달 선보인다. 쌍용차는 새 엔진을 탑재한 티볼리 에어를 재출시해 반등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이 선보인 소형 SUV 르노 캡처는 석 달 사이 1000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이 선보인 소형 SUV 르노 캡처는 석 달 사이 1000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사진=르노삼성
수입차 브랜드들도 소형 SUV를 내놓고 있다. 가격을 보다 낮춰 접근성을 높이는가 하면 국산차가 독점하고 있던 친환경 파워트레인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연이은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소형 SUV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추세다.

르노 이어 벤츠, 아우디도 소형 SUV 진출

우선 수입차 브랜드 1위 메르세데스-벤츠는 넉넉한 실내 공간과 최신 주행 보조 시스템, 탁월한 주행 성능을 두루 갖춘 패밀리 SUV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B를 국내 공개했다. 2829mm의 축간거리와 967mm의 2열 레그룸을 확보해 뒷좌석에도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필요한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3열 좌석도 제공한다. 판매 가격은 GLB 220 5420만원, GLB 250 4매틱 6110만원으로 책정되며 벤츠 SUV 시작 가격을 5000만원대로 끌어내렸다.

아우디는 3000만원대에 만나볼 수 있는 쿠페형 SUV 더 뉴 아우디 Q2를 출시했다. 더 뉴 아우디 Q2는 폭스바겐그룹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소형 SUV다. 브랜드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사양을 무기로 삼았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거진 ‘아우토 자이퉁’ 주관으로 전 세계 독자들이 선정하는 ‘아우토 트로피’를 석권했으며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디자인공모전 ‘독일 디자인 어워드’도 수상했다. 국내 출시 가격은 Q2 35 TDI 3849만7000원, Q2 35 TDI 프리미엄 4242만4000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신형 SUV 더 뉴 GLB.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신형 SUV 더 뉴 GLB.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국산차 같은 수입차 르노 캡처도 2000만원대 가격을 앞세워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3년 QM3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던 1세대 캡처는 7분 만에 초도물량 1000대가 완판되면서 소형 SUV 시장 강자로 떠올랐던 모델이다. 지난 5월 출시된 이번 2세대 모델은 같은 차급인 XM3와 판매간섭 우려를 낳았지만, 첫 달 450대, 6월 292대, 7월 364대 등 석달 사이 1000대 넘게 판매됐다. 벤츠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와 공동 개발한 TCe 260 가솔린 엔진과 1.5 dCi 디젤 엔진을 지원하며 가격은 파워트레인과 트림에 따라 2413만~2748만원으로 책정됐다.

소형 전기 SUV엔 푸조·DS 출사표

푸조의 소형 전기 SUV e-2008은 국내 출시 2주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됐다. 사진=푸조
푸조의 소형 전기 SUV e-2008은 국내 출시 2주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됐다. 사진=푸조
국산차가 독점하던 소형 전기 SUV에도 수입차 브랜드의 도전이 시작됐다. 국내 소형 SUV 가운데 전기차는 현대차 코나 EV, 기아차 니로 EV, 기아차 쏘울 EV가 있다. 세 모델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코나 EV는 64.0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406km 주행이 가능하다. 전비는 5.6 km/kWh다. 출고가는 4650만~4850만원으로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올해 1~7월 5138대가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국내 소형 전기 SUV 시장에는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그룹이 도전장을 던졌다. 푸조가 올 뉴 푸조 e-2008을 출시한데 이어 고급 브랜드인 DS도 DS 3 크로스백 E-텐스 출격을 위한 마무리 준비에 들어갔다. 올 뉴 푸조 e-2008은 PSA그룹의 멀티 에너지 플랫폼인 CMP를 바탕으로 제작된 전기차다.

50.0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237km인증을 받아 주행거리가 다소 짧다는 우려를 샀지만, 차로유지보조·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갖췄고 트림에 따라 4590만~4890만원인 가격에 초도물량이 완판되는 인기를 보였다.
DS의 소형 전기 SUV DS3 크로스백 E텐스. 사진=DS 오토모빌
DS의 소형 전기 SUV DS3 크로스백 E텐스. 사진=DS 오토모빌
PSA의 고급 브랜드 DS도 내달 소형 전기 SUV인 DS3 크로스백 E-텐스를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DS3 크로스백 E-텐스는 50kWh 배터리를 탑재해 237km(WLTP 기준 32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50kW 출력의 급속 충전기 기준으로 1시간에 약 80%의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DS3가 동급 세그먼트에서 유일하게 적용한 플러시피팅 도어핸들과 나파가죽 시트 등 고급소재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격은 4800만~5300만원 내외로 책정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국산 소형 SUV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입차 브랜드들도 소형 SUV 시장 프리미엄 수요를 노려 차량들을 선보이고 있다"며 "국산차의 잔치였던 소형 SUV 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쟁이 본격화되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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