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임대주택이 말소되기 시작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뉴스1
등록임대주택이 말소되기 시작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뉴스1
등록임대주택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나올 전망이다. 당장 41만 가구에 이르는 임대주택이 최근 등록 말소됐다. 정부는 이 물량이 차례로 시장에 매물로 나와 집값 안정 흐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말소 임대주택 가운데 집값 안정의 핵심 열쇠인 서울 아파트는 극소수여서 시장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등록임대주택 40만6000가구가 지난 18일 일시 말소됐다”고 23일 전했다. 전체 등록임대주택이 160만 가구니 약 25% 물량이 ‘등록’ 딱지를 뗀 것이다.

"임대말소 물량 쏟아져 집값 안정" vs "서울 아파트 극소수라 역부족"
18일은 등록임대사업 제도를 폐지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이 공포·시행된 날이다. 아파트는 단기(4년), 장기(8년) 구분 없이 등록임대사업제가 없어졌다. 빌라·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도 장기만 남기고 제도 자체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2016년 8월 이전 등록해 정해진 임대기간(4년 또는 8년)이 지난 임대주택은 18일부로 등록이 말소됐다. 이 규모가 40만6000가구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재산세 25~100% 감면 등 세금 혜택을 받아왔다. 이번에 등록 말소된 주택 보유자는 이런 혜택이 없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등록이 말소됐다고 바로 집을 팔진 않겠지만 결국엔 세 부담을 못 이겨 순차적으로 매도가 이뤄질 것”이라며 “집값 안정세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7월 둘째주 0.63%에서 이달 셋째주 0.44%로 낮아졌다. 종부세·양도소득세·취득세 인상 등 부동산 규제를 대폭 강화한 ‘7·10 대책’의 여파로 풀이된다. 여기에 40만 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이 차례로 매물로 나오면 집값 상승세가 더 크게 꺾일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등록임대주택 말소의 집값 안정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려면 서울, 그중에서도 아파트 공급이 많이 늘어야 하는데 말소 임대주택 가운데 이런 물량은 극소수에 그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말소 주택의 지역별, 주택종류별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며 집계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체 등록임대주택 통계를 보고 추산은 할 수 있다. 등록임대주택 가운데 서울 주택 비중은 32%, 그중 아파트는 25%다. 40만6000가구에 이 비율을 대입하면 서울은 10만 가구, 서울 아파트는 2만5000가구 정도에 그친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성창엽 임대인협의회(주택임대사업자 모임) 추진위원장은 “2016년 이전 등록한 임대주택은 대부분 빌라·다세대주택이고 아파트도 소규모 주택이 대다수였다”며 “시장에서 매력이 없는 물건이라 매도돼도 시세에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등록임대사업제 폐지가 집값 안정에 큰 역할을 하리라는 정부 발표는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아파트 임대사업자는 2017년 이후 많이 늘었는데 이들은 8년 임대를 유지해야 주어지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보기 위해 끝까지 등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상명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서울 아파트를 보유한 등록임대사업자도 서울 외곽과 지방 매물을 먼저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 매도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은 내년 4~5월께로 내다봤다. 우 팀장은 “내년 6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이 임박하면 집을 내놓는 다주택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준/장현주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