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동산 대책은 집값 올랐으니 집 팔고 세금 내라는 얘기"
"집주인들에게 위기감 조성해선 집값 안정 못 시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5분' 찬반 토론 이후 언론 인터뷰를 자제했던 윤 의원이 이날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 등 일부 언론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본인의 발언이 널리 확산된 이유에 대해 “답답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변을 해주니 공감을 얻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독자들의 이해를 돋기 위해 질문과 답변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
▲국회의 발언이 왜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하나.
너무 답답한데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변을 해주니 공감을 얻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합당이 그동안 제대로 이런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만약 오늘 본회의 발언대에 섰으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나.
오늘 본회의 발언 들었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1% 소수의 국민에겐 돈 걷으면 어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너무 무섭다. 국민 1%는 기본권이 없나. 정서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학으로 따져봐도 과세원칙에 어긋난다. 담세능력을 고려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집 한 채 있는 사람에게 집값이 너무 올랐으니 세금을 내라고 한다.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은 것이다. 그러면 집 팔고 나가라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
▲세금보다 집값이 더 오르면 세금도 더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집에 중과세하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 집을 한채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 세도 올린다. 종부세를 보자. 2017년 (과세대상자가) 33만명인데, 2019년 51만명으로 늘었다. 불과 2년 사이 55% 늘었다. 이런 속도면 10년 후 700만명이 된다. (더불어 민주당이 말하듯) 1퍼센트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세가 사라지느냐 마느냐 논란도 나오고 있다.
설사 시간이 지나 먼 훗날 전세가 사라진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월세로 사는 것은 너무 힘들다. 일부 선진국에선 소득의 3분의 1을 월세로 내야 한다. 이런 현상을 지금 우리 국민들이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앞으로 이런 세상이 온다고 해서 아무 정책이나 수립해도 되는 지 묻고 싶다. 이런 부작용을 최대한 부드럽게 하는 게 정책이다. 정책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다른 듯 하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정책의 목표라면 임대인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해선 안 된다. 임대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데 정부가 여러 혜택을 주는 구나.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가도 임대인은 손해를 보지 않는 구나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정책이 제대로 먹힌다. 지금은 임대인이 감정적인 대응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임차인을 과격하게 쫓아내는 여러 이야기들이 나온다.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정부가 일부러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 무슨 의도인지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
▲오늘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공급 확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제대로 된 공급 정책이라고 하려면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유형의 집이 지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 개념과 전략이 별로 없다. 공급을 얼마 하겠다는 숫자에만 묻혀있다. 이렇게 하려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출 규제를 하면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다. 20~40대 무주택자들은 현금만으로 집을 살 수는 없다. 주택 정책의 방향은 이런 ‘생애 첫 무주택자’들이 원활하게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서울에 5억원짜리 집을 사려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50%라고 해도 2억5000만원의 현금을 가져야 한다.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이런 현금을 가질 수 있겠냐. 그런데 강남 집값 잡겠다고 이런 무주택자의 대출까지 막고 있다. 이렇게 일부 지역 집값을 잡겠다고 전방위로 대출 규제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
이런 시스템을 고민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미국 등에서 모기지 보험 등이 발달한 이유다. 이렇게 해도 집을 사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된다. 이런 두가지 그룹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원하는 지역에서 살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 이런 간단한 원칙을 버리고 엉뚱하게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대출 규제를 하고 있으니 정책이 계속 꼬이는 것이다. 결국 강남 집값이 오르는 건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를 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집값이 더 오를 수 있어서다.
학계 연구결과를 보면 재건축 한다고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증거는 없다. 재건축된 아파트 집값이 오르는 것은 그 아파트에 덧붙여진 새로운 시설, 새로운 환경 효과 때문이다. 재건축을 막는 사람들이 그런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다주택자들을 마치 범죄인으로 몰아가는 듯 하다
오늘 본회의를 보는 데 조금 무섭더라. 집을 빌려주는 임대 시장과 빌려 쓰는 임차 시장은 긴밀하게 얽혀 있다. 어떻게 보면 집을 여러채 가진 사람은 전월세 시장에 매물을 내놓은 고마운 프로바이더(provider·공급자)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노인들이 주로 그렇게 살고 있다. 적법하게 구입했고 국가가 부과한 세금도 낸다. 그런 삶이 그렇게 나쁜 건지 되묻고 싶다.
▲민주당에선 유동성과 초과이윤으로 집값 급등을 설명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그렇게 말씀하시던데, 첫째 시중에 유동성이 많고 두번째 부동산 초과이윤에 대한 환수 메커니즘이 없다고 (집값 상승 이유를) 설명했다. 견강부회의 논리다. 한국에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부터다. 서구에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런 상태가 지속됐지만 한국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후 아파트 가격이 수직 상승했으니 이건 유동성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진짜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거라고 기대를 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15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집권 당시 수도권에 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비전을 보여줬으면 가격이 저렇게 비정상적으로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강남 집값 잡겠다는 정책 목표가 패닉 바잉 불렀다고 말할 수 있나.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자사고를 없앤 것도 영향이 있다. 어쨋든 강남은 교육 수요도 있고 주변 환경도 좋아서 수요가 많다. 그런데 땅은 제한돼 있다. 방법은 빌딩을 위로 올리는 길 뿐이다. 그러면 용적률을 풀고 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 이런 걸 억누르고 있으니 시장 왜곡이 생긴다. 규제로 가격을 단기간 ‘꾹’ 눌러놓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터진다. 꾹 누르는 정권은 자기 정권까진 괜찮다는 기대를 하는 거다. 책임 있는 정부는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오늘 통과된 부동산세 인상 법안들이 주택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예측이 잘 안된다. 실제 시장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무주택자들이 생각하기엔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랐다고 느낀다. 비정상적으로 올랐으면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있다.
당연히 비정상적으로 올랐으면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가격 조정은 수많은 사람들에겐 고통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 예측을 잘못하고 집을 산 결과라고 냉정하게 이야기 할수 있을까. 개별 가구에겐 엄청난 고통인데, 더군나다 정부가 그런 가격 인하를 정책 목표로 삼는다? 그런 경우는 없다.
▲야당에 ‘윤희숙 신드롬’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거대 여당에 맞서서 어떤 전략 세워야 하나.
그런 전략을 세울 깜냥은 없다. 다만 제가 느낀 건 백주대낮에 이런 일을 당하면 “아무것도 할수 있는 게 없구나”라며 체념하고 무력해질 수 있다. 실제 일부 지역구 의원들은 지방으로 내려가 지역구 활동에 더 힘을 쏟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본회의에선 의욕을 갖고 열심히 하는 분들도 보이더라. 내용도 참 좋았다. 며칠 밤샘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이런 의욕이 생길 수 있도록 당이 지원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거창한 전략이 아니고 그냥 느낀 점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