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수도권 주택 13만2천가구 공급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확보될 수 있는 물량일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서울시가 정부 보도자료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가장 핵심 내용인 공공재건축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해 대책 전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주택 공급을 늘릴 것을 주문한 지 한달여만에 나온 대책이기에 무엇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두 자릿수(10만가구)를 넘길 수 있을지에 대해 미심쩍은 시각이 많았지만 정부는 이날 오히려 이보다 더 많은 13만2천가구를 제시했다.
대책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공공이 사업에 참여하는 공공재건축에 대한 파격적인 용적률·층수 규제 완화였다.
부족한 시간에 신규 택지 발굴만으론 시장을 만족시킬 만한 파급력 있는 공급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에 대해 용적률을 준주거지역 최고 수준인 500%까지 보장하고 층수도 50층까지 올릴 수 있게 했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송파구 잠실 등 한강변 중층 재건축 단지를 노린 조치로 풀이됐다.
하지만 정부 대책 발표 서너시간 만에 판이 뒤집혔다.
서울시가 별도 브리핑을 열고 "공공재건축에 민간이 참여할지 의문"이라며 정책의 효과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공공재건축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정부가 강행했다"고도 했다.
특히 35층 층수제한 완화 방안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했다.
순수 주거용 아파트만 지으면 기존대로 35층 이상 층수를 높이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동산시장에선 공공재건축 제도 내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터였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재건축 조합이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공공재건축이라는 '목걸이'를 걸어야 한다.
용적률 완화 혜택을 위해선 곳간 문을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을 시행에 참여시켜야 한다.
게다가 공공재건축을 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 추가로 확보한 주택의 절반 이상을 떼어내 기부채납해야 한다.
정부는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50%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나머지는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90% 이상을 환수하겠다고도 했다.
건물을 높이, 크게 지을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를 통한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냐를 두고 조합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브리핑에선 정부가 공공재건축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힌 목표치를 두고도 물음표가 이어졌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을 통해 향후 5년간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5만가구는 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치의 38%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공급 목표일 뿐,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정부는 5만가구의 근거에 대해 서울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사업장 93개, 약 26만가구를 대상으로 약 20%가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는 경우를 가정해 5만가구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26만가구의 20%인 5만2천가구가 재건축에 참여해 용적률을 250%에서 500%로 두배가량 받으면 5만여가구를 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참여하는 재건축 조합이 20%라는 것은 아직은 정부의 추산이고, 이때 부여되는 용적률 수준도 정부가 제시한 최대치다.
강남구 압구정동이나 송파구 잠실 등지의 재건축 조합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과거 뉴타운 사업이 좌초된 지역에 대해서도 공공재개발 사업을 벌여 주택을 2만가구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뉴타운 등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곳은 서울에 176곳이 있고 이중 145곳(82%)이 노원과 도봉, 강북 등 강북 지역에 있다.
정부는 이미 5·6 공급대책을 통해 LH 등 공공이 참여하는 조건으로 재개발 사업의 사업성을 보장해주는 공공 재개발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6 대책을 통한 공급물량 2만가구와 이번에 제시된 2만가구 중 겹치는 내용이 있지 않을까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5·6 대책 때는 서울시 의견을 반영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계산에 넣지 않았기에 숫자가 중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5·6 대책 이후 석달이 되도록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재개발 단지가 있다는 소식은 좀체 들리지 않는다.
앞서 제시한 공공재개발 방식에 대한 재개발 조합의 반응이 확실치 않은데 사업 대상을 사업 추진이 더 어려운 재개발 좌초 지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노후 공공임대단지의 재건축을 통한 주택 3천가구 공급 방안은 기본 방침이 이미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 이후 여러 차례 제시되고 실제 사업도 추진되고 있어 새로운 내용이라 할 수 없다.
13만2천가구 공급 계획 중에서 구체성을 띠는 것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 신규 택지 발굴을 통해 공급하는 3만3천가구와 3기 신도시 등 기존 택지 용적률 상한 등을 통해 추가 확보하는 2만4천가구 등 5만7천가구가량이다.
한달 남짓한 짧은 시간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정부가 5만7천가구 이상 추가 공급 물량을 뽑아낸 것도 선방했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무엇보다 심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13만2천가구 공급 계획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게 되면 정책 효과보다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높여 고밀개발하겠다는 것이지만 개발이익의 최대 90%까지 환수한다면 조합원이나 소유자들이 할지 의문"이라며 "이번 공급대책이 시장에 영향을 주겠지만 발표한 대로 100% 공급량을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도 공사비가 최소 10% 오를 것 같습니다.”(대형 건설사 분양 담당 팀장)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 요인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당장 오는 6월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5등급 인증(에너지 자립률 20~40%)이 의무화된다. 제로에너지 인증이 시행되면 단열재, 고성능 창호, 태양광설비 등을 도입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 최근 5년간 분양가 인상을 부추기는 규제만 근로시간 단축, 레미콘 토요휴무제 등 7건에 이른다. 여기에 층간소음 보완시공 의무 적용, 준초고층 피난안전구역 설치, 전기차 화재대응시설 의무 구축 등 대기 중인 법안도 적지 않다.◇품질과 안전 기준 강화로 공기 늘어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상승 요인은 줄잡아 열 가지에 이른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건설업계 발을 묶는 대표적 리스크로 꼽힌다. 한국건설관리학회가 민간 전문가 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작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레미콘 휴무제(토요일 타설 금지)와 공휴일 공사 금지도 공사비 증가와 연결된다. 작업 시간 단축으로 노무비가 증가해서다.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건설 현장 안전 강화도 비용 상승 원인 중 하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시설과 인력 등이 추가되면서 관련 비용만 10%가량 증가했다”며 “처벌이 두려워 현장을 떠나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콘크리트 강도 강화, 사전 방문 의무화 등도 공사비 상승을 부채질한다. 서울 등 도심에는 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주요 아파트 공급원이다. 재건축 공사비 검증
오는 6월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A건설사는 비용 부담에 고민이 깊어졌다. 전용면적 84㎡ 기준 가구당 공사비 증가분이 정부 예측치(130만원)를 두 배 웃도는 293만원으로 추정됐다. A사 관계자는 “제로에너지 규제를 충족하려면 옥상 대신 측면에 특수 자재를 사용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이 두 배가량 든다”며 “공사비 상승과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는 가운데 각종 규제 부담이 가중돼 사업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아파트 분양가격이 공사비 상승, 금융비용 증가에 각종 규제가 더해져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최근 1년간 공급된 단지 기준)는 3.3㎡당 4428만원으로 두 달 연속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9% 뛰었다.친환경과 층간소음 규제 등 공사비 상승을 부채질하는 정책이 우후죽순 쏟아져 연내 서울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6월 30일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으로 제로에너지 규제가 확대된다. 단열 성능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에너지 자립률 20~40%를 달성해야 한다. 층간소음 규제도 부담이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법적 기준(4등급)보다 강한 기준(1~3등급)을 요구하고 있다.공사비 상승이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그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 상승이 주택시장을 옥죄는 주요 요인”이라며 “제로에너지나 층간소음 같은 규제를 기간을 두고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연봉을 꼬박 모아 서울 아파트 한 평(3.3㎡) 사기도 어려워질 줄 몰랐습니다.”작년 말 서울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저층인 점이 마음에 걸려 포기한 30대 직장인 A씨는 당시 결정이 후회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 급등세가 계속돼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고 있다.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8만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3500만원) 대비 25.9% 뛴 금액이다. 분양가와 상승폭 모두 HUG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분양가가 지역 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공급된 ‘포제스 한강’이 대표적이다. 3.3㎡당 1억3771만원에 분양했다. 역대 최고가다.지난해 9월 3.3㎡당 7209만원에 공급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은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중 가장 비싼 단지 타이틀을 얻었다. 비강남권 단지 분양가도 3~4년 전 ‘강남 아파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작년 11월 영등포구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 전용면적 59㎡가 최고 14억4230만원에 공급됐다.이인혁/심은지 기자